[세상읽기] 통일을 하지 말자고?
필자는 얼마 전 베트남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베트남 다낭시는 한국 관광객이 워낙 많은 곳이라 일명 ‘경기도 다낭시’라 불린다지요.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다낭시는 부산과 그 이미지가 많이 닮았지요. 그런데 천혜의 휴양지로 알려진 그곳이 바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과 월남 파병 한국군이 처음으로 상륙한 해안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다낭시에서 남쪽으로 40분 정도 차로 달리면 호이안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바로 월남전 당시 한국의 청룡부대가 주둔했던 역사적인 장소이지요. 당시 주둔지를 어렵게 찾아갔지만, 아쉽게도 부대 표지석 하나만이 덩그러니 그 자리를 지킬 뿐이었습니다. 올해가 월남 파병 60주년이 되는 해라 감회가 더욱 새로웠지요. 우리의 아버지들이 낯선 나라에서 피 흘린 목숨값으로 오늘날 우리가 이토록 풍요로움을 누리게 됨을 다시 한번 감사드렸습니다.
다낭시에서 북쪽으로 4시간을 달려가면 베트남의 DMZ(비무장지대)를 볼 수 있지요.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이 북위 17도를 경계로 갈려져 민족 간 총부리를 겨누었던 곳입니다. 베트남 DMZ지역을 조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벤하이(Ben Hai) 강 위에 놓인 다리였습니다.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을 가르는 다리 가운데에는 정확히 하얀 선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바로 분단의 경계선이지요. 남북 베트남은 이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누가 더 국기를 높이 게양하느냐 경쟁을 벌였고 연일 방송으로 심리전을 했습니다. 아직도 그곳에는 거대한 스피커가 무심히 전시되어 있지요. 서로를 향해 보내던 선전방송이 지금도 흘러나올 것 같았지만, 세월의 무게 속에 이끼와 풀에 덮여 과거를 기억하게 할 뿐이었습니다.
그토록 치열하게 싸웠던 전쟁터 한복판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베트남은 하나의 국가다’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다’는 구호입니다. 베트남의 DMZ 지역은 관광지가 되었고 관련 기념품이 넘쳐났습니다. 베트남의 분단은 과거가 되었지만, 한국의 비무장지대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너무도 씁쓸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되돌아봅니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 1월 15일 인민최고회의에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통일 민족 동포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지요. 한마디로 한국 흔적 지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어제(9일)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보도를 통해 남한과 연결된 도로, 철길을 모두 끊고 요새화해 대한민국과 접한 모든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한다고 밝혔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사회에서도 북한의 입장과 똑같이 통일하지 말자며 두 개의 국가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분단 시대를 살아가며 통일을 말하지 않는다니 너무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8.15 독트린을 발표했습니다. 분단이 지속되는 한 광복은 미완성이며 통일을 과제로 제시한 것이지요. 무엇보다 북한 주민이 자유 통일을 강력히 열망하도록 내부로부터 변화시키기 위해 북한인권 유린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려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두 개의 국가론을 제시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지요.
물에 빠진 사람이 살려달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구하고 보겠지요. 그런데 그 옆에서 “내가 수영을 못하니 조금만 기다려줘. 수영을 배워서 구해줄게”라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칩니다. 그들은 평화롭지 않은데, 우리는 가짜평화에 속아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한 건 아닐는지요.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통일의 의지와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가야 할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면 베트남은 결국 무력으로 공산주의 통일을 한 나라입니다. 통일 이후 남베트남의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명망 있는 도지사까지 간첩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지요. 남베트남이 공산주의에 함락된 건 내부의 분열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적은 우리 안에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굳건한 안보와 올바른 국가관이 더없이 중요할 때입니다. 저는 내 조국 대한민국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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