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다저스'는 이런 팀, 몰랐을 오타니 어쩌나? 3년 연속 DS 광탈 위기...똘똘 뭉친 SD 1승 남았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매니 마차도의 재치 넘치는 베이스러닝 하나가 흐름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차도는 0-1로 뒤진 2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다저스 선발 워커 뷸러의 92.8마일 한가운데 낮은 커터를 받아쳐 중전안타로 연결했다. 이어 잭슨 메릴이 1루쪽으로 흐르는 땅볼을 쳤다. 다저스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이 어렵게 잡아 무릎을 꿇고 2루로 던진 것이 마차도의 등을 맞고 좌익수 쪽으로 흘러 무사 1,3루로 찬스가 연결됐다.
이때 마차도의 베이스러닝이 다소 특별했다. '주로(running lane)'를 살짝 벗어나 잔디를 밟으면서 2루로 달려들어가는 순간 프리먼의 송구가 그의 등을 맞은 것이다. 기록상 프리먼의 야수 선택 및 송구 에러,
이에 대해 MLB.com은 '1루 앞에 있던 프리먼이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2루로 던졌고, 마차도는 그의 주로를 내야 잔디 위로 살짝 바꿨다. 태그를 피하기 위해 주로를 바꾼 것이 아닌 이상 규정 위반은 아니었다'며 '프리먼의 송구가 마차도의 등을 때렸고, 파드리스는 무사 주자 1,3루의 찬스를 맞았다'고 전했다.
경기 후 마차도는 이 베이스러닝에 대해 "스프링트레이닝 동안 내내 연습했던 것이다. 때마침 아주 중요한 순간 그런 상황이 나왔다. 우리는 우리에게 유리한 주로를 만들 수 있었는데, 프레디 앞으로 땅볼이 가는 순간 그의 2루 송구가 어렵도록 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계획적인 베이스러닝이었다는 얘기.
반면 프리먼은 "그런 상황을 아주 많이 봤다. 머릿 속으로도 여러 번 되뇌었던 장면이다. 내가 주자였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저스 선발 뷸러와 내야진이 흔들린 것은 이 때부터다.
이어 잰더 보가츠의 땅볼을 잡은 유격수 미구엘 로하스가 2루를 밟고 1루로 던졌지만, 주자들이 모두 세이프됐다. 실책이 주어지지 않은 야수선택. 그 사이 3루주자 마차도가 홈을 밟아 1-1 동점이 됐다.
다음 타자 데이비드 페랄타의 우익선상 2루타로 3-1로 전세를 뒤집은 샌디에이고는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유격수 내야안타를 쳐 무사 1,3루 기회를 이어갔다. 이어 카일 히가시오카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4-1로 달아났고, 계속된 2사 1루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뷸러를 좌월 투런포로 두들기며 점수차를 6-1로 벌렸다.
다저스가 이어진 3회초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만루홈런으로 한 점차로 따라붙었지만, 샌디에이고는 이후 추가 실점을 철저히 막아내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샌디에이고는 9일(이하 한국시각) 펫코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3차전에서 초반 타선의 집중력과 불펜진의 효과적인 이어던지기를 앞세워 6대5로 승리했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서 5대7로 패한 뒤 2차전을 10대2로 크게 이긴 샌디에이고는 홈으로 건너와 벌인 3차전을 잡으면서 시리즈 전적을 2승1패로 뒤집었다.
역대 디비전시리즈에서 3차전까지 2승1패로 앞선 팀이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79번 중 58번으로 그 확률이 73.4%에 이른다. 좀더 구체적으로 1,2차전을 1승1패로 나눠가진 뒤 3차전을 승리해 2승1패를 만들고 시리즈를 통과한 것은 49번 중 36번으로 73.5%다. 어느 경우든 샌디에이고가 이번 DS에서 다저스를 꺾을 역사적 확률은 73% 수준이다.
다저스는 크나큰 위기다. 샌디에이고는 10일 오전 10시8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 4차전에 에이스 딜런 시즈를 선발로 내세우기로 했다. 초강수다. 시즈는 지난 6일 1차전서 3⅓이닝 6안타 5실점하는 동안 82개의 공을 던졌다. 3일 휴식 후 등판을 강행하는 것이다. 그만큼 결연하고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반면 다저스는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다. 불펜데이가 유력하다. 누가 봐도 4차전 승산은 샌디에이고가 높다.
다저스는 4,5차전을 모두 잡지 못하면 3년 연속 DS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게 된다. 2022년에도 샌디에이고를 만나 1차전 승리 후 내리 3경기를 내줘 탈락했고, 지난해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연패를 당해 '광탈'했다.
다저스는 2013년 이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그중 올해를 포함한 11번은 NL 서부지구 우승팀 자격이었다. 그렇지만 작년까지 지구 우승으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10번 중 5번이 'DS에서 탈락'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정규시즌용'이지 '포스트시즌용'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016년 다저스 지휘봉을 잡은 로버츠 감독은 올해까지 정규시즌 통산 0.627(851승506패)의 승률을 자랑한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승률은 0.529(46승41패)로 크게 떨어진다. 60경기 단축시즌이었던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빼면 포스트시즌 승률이 0.478(33승36패)로 승률 5할을 한참 밑돈다.
애초 이번 DS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샌디에이고의 우세를 점쳤다. 이유는 시즈, 다르빗슈 유, 마이클 킹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반면 다저스 선발진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부상에서 돌아온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여전히 갈피를 못잡고 있고, 잭 플레허티도 꾸준함을 잃었다. 기대를 모았던 뷸러는 이날 2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1차전서 동점 스리런홈런을 날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오타니 쇼헤이는 2차전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데 이어 이날도 4타수 1안타 1득점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8회에는 좌완 태너 스캇의 바깥쪽 슬라이더에 루킹 삼진을 당한 뒤 구심의 얼굴을 쳐다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저스가 올해도 DS에서 탈락한다면 오타니 뿐만 아니라 로버츠 감독과 구단 수뇌부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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