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팬데믹 후 `항생제 내성` 증가 … 박테리오파지 개발에 정부 투자 절실"
항생제 내성 사망자 연간 130만명…경제적 손실도 100조달러 예상
코로나와 비슷 '조용한 팬데믹'으로 불리지만 신규 항생제 개발 지연
"과학적 근거·임상적 효과 증명하면 지속 적용 위한 정부 지원 필요"
"코로나19처럼 열이 나는 질환이 유행하는 경우 항균제, 항바이러스제 사용량이 늘어납니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도 함께 증가합니다. 박테리오파지 등 항생제를 대체제 개발이 필요한데,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투자 및 자원확보가 절실합니다."
장희창(사진)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은 지난 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항생제 개발, 박테리오파지 등 대체제 개발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9년 130만명이다. 말라리아나 에이즈 사망자 수를 이미 넘어섰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짐 오닐은 2050년에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이 사망해 현재 암환자의 사망률과 유사한 사망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약 100조 달러(13경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도 예상된다.
항생제 내성 사망자 수는 코로나19와 비슷한 규모다. '조용한 팬데믹'으로 불리는 이유다. 더욱이 통상 열, 폐렴 등을 동반하는 팬데믹 이후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팬데믹 이후 또 다른 형태의 팬데믹이 올 수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2022년 전체 항생제 사용량이 23.8% 증가했다.
장 소장은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는 것은 국제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서유럽에서는 아직도 70년 전 개발된 페니실린이 듣는 세균이 환자에게서 많이 나오기도 한다"며 "이들 국가들은 페니실린처럼 초기에 개발된 항생제를 먼저 쓰고 여러 세균에 듣는 광범위항생제는 나중에 쓰는 적정사용(antimicrobial stewardship), 내성 세균이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는 병원감염관리(hospital infection control)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항생제 적정사용과 병원감염관리에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질병청은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항생제 적정사용 프로그램에 대한 보험수가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병원감염관리에 대한 인력 보강, 연구활동 및 교육을 비롯해 새로운 항생제와 항균펩타이드, 마이크로바이옴, 박테리오파지 등 대체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규 항생제 개발은 투자 대비 낮은 수익으로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글로벌항생제 연구개발(R&D) 파트너십(GARDP) 2019년 보고에 따르면, 항암제의 경우 투자 대비 18배, 피부치료제는 7배, 호흡기 질병 치료제 및 심장약은 5배의 수익이 있다. 그러나 항생제는 500만 달러를 투자하면 오히려 100만 달러 적자를 낸다.
대체제 중 특히 주목받는 물질은 박테리오파지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바이러스다. 질병청은 박테리오파지의 작동원리를 바이러스로 세균을 잡는다는 의미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로 표현했다. 박테리오파지는 먹이가 되는 세균이 있는 환경 어디든 널리 분포하고 있다. 강물 등에서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박테리오파지의 항균효과는 항생제 개발 이전인 1896년부터 이미 알려져 한때 왕성하게 연구됐으나, 임상에서 적용범위나 효율이 낮고 당시 정제 기술이 부족해 페니실린 발견 이후부터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세균이 증가함에 따라 새롭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박테리오파지 치료센터가 운영 중이다. 벨기에, 호주, 조지아는 자체 프로세스에 따라 치료에 사용된다. 미국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응급승인을 받아 항생제로 치료가 안 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최근 임상에서 성공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미국 톰 패터슨 교수는 이집트 여행 후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균에 감염돼 모든 항생제를 사용해도 치료가 불가능하게 되자, 최후 수단으로 박테리오파지를 투여해 치료에 성공했다. 영국의 15세 소녀도 폐 이식 수술 후 마이코박테리움에 감염돼 표준치료로 실패하자, 6개월간의 맞춤형 박테리오파지 주입 치료를 통해 심각한 부작용 없이 치료가 됐다.
국내에서도 박테리오파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장 소장은 "박테리오파지가 만들어내는 항균물질인 엔도라이신을 치료제로 개발하는 몇몇 기업들은 임상시험 단계에 와 있다"며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도 2022년부터 슈퍼박테리아와 다제내성세균에 듣는 박테리오파지를 수집해 연구하고 있다. 2023년에는 체내 체류시간을 늘리는 박테리오파지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도 수행하여 국제특허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테리오파지는 아직 국내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생명체라는 점 때문이다. 물에서 분리하는 바이러스인 생명체이기 때문에, 물질 자체에 대한 특허가 어렵다. 생산·보관 및 처치도 까다로우며, 의약품 허가의 기준 또한 모호하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치료용 박테리오파지 뱅크를 구축해 양질의 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치료에 사용 가능한 박테리오파지의 품질기준과 표준화된 효능 분석법을 마련하고, 환자 맞춤형 파지 임상적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 소장은 "정부 예산 외에도 감염병 대응 인프라 확충을 위해 기부된 삼성 故 이건희 회장 기부금 일부를 활용해 박테리오파지 치료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새롭게 도전하는 치료물질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임상적 효과를 증명하게 된다면, 이후 지속적인 적용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테리오파지는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는 수단의 일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생제 적정 사용과 내성세균에 대한 감염관리다"며 "항생제 보조제, 항균펩타이드, 마이크로바이옴 조절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mw3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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