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생활인구 유입위해 新 개념 생활공간 허용
인구소멸시대 대안으로 도입… 33㎡ 이내·숙박도 가능
신고만 하면 설치 가능… '사용시한 12년' 최대 걸림돌
농림식품부가 내놓은 농촌 체류형쉼터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다. 정부가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에 생활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의 '농막'보다 진일보한 새로운 개념의 생활공간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12월부터 도임되는 체류형쉼터는 농민은 물론 농촌 여가생활을 꿈꾸는 도시민들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살고 싶어 하는 5도2촌 시대 트렌드에도 잘 들어맞는 것이다. 잘 정착되면 농촌을 오가는 생활인구가 늘어 농촌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귀농·귀촌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 인구소멸시대 농촌 생활인구 늘리기 목적
농촌체류형쉼터는 기존의 농막이나 전원주택 중간 성격의 생활공간이다. 쉼터는 본인 소유 농지에 농지전용허가 등의 절차 없이, 연면적 33㎡ 이내로 설치가 가능하다. 숙박이 가능하며 최장 12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체류형쉼터는 전반적으로 기존의 농막보다 규제를 크게 완화한 게 특징이다. 주말·체험 영농인이 농촌에서 농사와 전원생활을 함께 하고, 농민들이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우선 체류형쉼터는 면적이 33㎡(10평)로 기존의 농막 20㎡(6평)보다 훨씬 넓다. 데크나 정화조를 별도로 설치하고, 주차장도 1면을 설치할 수 있다.
가설건축물의 안전과 내구연한 등을 고려하여 최장 12년까지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숙박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행법상 농막은 숙박이 불가능하지만 체류형쉼터는 숙식을 하며 단기간 거주할 수 있다. 주말 농부나 임시 귀농인 등이 생활에 필요한 부엌과 화장실, 침실을 설치할 수 있다.
가설건축물이기 때문에 별도의 농지전용허가나 건축인허가 등의 절차가 필요 없다. 1가구 2주택에 해당되지 않아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체류형쉼터를 설치하려면 농지를 농촌체류형 쉼터의 연면적과 그 부속시설의 면적을 합한 면적의 최소 2배 이상 확보해야 한다. 도로는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의한 면도·리도·농도 또는 현황도로에 접한 농지면 된다.
숙소로 이용해온 기존의 불법 농막도 체류형쉼터로 전환할 수 있다. 체류형쉼터의 입지 및 안전기준에 부합(33㎡ 이내)하는 농막은 전환 기간(3년) 내 쉼터로 바꿀 수 있다. 설치 신고→지자체 입지 확인→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농지대장 등재 절차를 거치면 된다.
□ 기존 농막도 3년내 체류형쉼터 전환 가능
체류형쉼터는 농민과 주말·체험 영농인과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이 파종기나 수확기에 숙식을 하며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특히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 취미와 체험 영농을 하는 사람도 주말이나 휴일에 숙식을 하며 농장을 돌볼 수 있게 됐다.
농림식품부가 지난해 10월 국민 2,5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8%가 농촌체험용 주거시설 필요, 46.2%가 기존 농막의 주거허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농막이든 체류형쉼터든 주거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감사원의 농막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가상화폐 채굴, 위장 전입 같은 탈법 사례는 그것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면 되지 농민들이 실제 사용하는 농막은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여론이 높았다. 체류형쉼터는 이러한 국민들의 바람에 부합하는 정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체류형쉼터가 활성화되면 주말·체험 영농인과 귀농·귀촌 희망자의 농촌 왕래가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주시 탄천면 김모씨(65)는 "체류혐쉼터가 생기면 외지인들이 농기구도 임대하고 씨앗과 농약, 농자재도 많이 사지 않겠느냐?"며 "쉼터를 오가는 사람들이 농사에 재미를 붙여 귀농도 하고 농사를 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고령화가 심해지고 농지 거래가 실종돼 잡초가 우거진 채 방치된 전답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체류형쉼터 도입으로 강원도에 연 44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내 농촌 체류인구가 최대 약 10만명, 소비지출액은 100억원, 농지거래 규모는 약 896ha, 농지거래액은 5120억원까지 확대된다는 것이다. 생활인구 증가로 소비가 늘어나고 농지거래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 수천만원대 건축물 12년 뒤 철거는 자원 낭비
체류형쉼터의 도입으로 주택 틈새시장에 대한 기대도 생겨나고 있다. 쉼터는 간단한 주방과 주거공간까지 설치할 수 있어 꽤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원주택보다 1/3 이하의 적은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농촌에 빈집이 많지만 대부분 여러 자녀의 공동 소유로 돼 있어 거래도 쉽지 않고 막상 사려면 가격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농막과 소형주택 제작업계는 체류혐쉼터 견본주택을 선보이는 등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충남도내 소형주택 관계자는 "체류형쉼터는 세금도 거의 없고 신고만 하면 누구나 설치가 가능해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숙박을 할 수 있어 기존의 6평짜리 농막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체류형쉼터의 사용 기한을 최대 12년(최초 3년, 연장 3회)으로 한정한 것을 재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식품부는 쉼터가 가설건축물인 만큼 컨테이너형 숙소의 내구 연한(8년) 및 지자체의 소규모 공동주택 안전점검 기한(사용승인 후 15년 내외) 등을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소비자들은 3000만원-5000만원(33㎡ 기준)을 들여 12년짜리 쉼터를 설치할 바엔 기존의 농막이 낫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도 잘 관리하면 10-20년을 타는데 수명이 훨씬 긴 건축물을 12년 뒤에 일괄 철거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자원 낭비라는 것이다. 요즘은 자재가 좋아져 가설건축물도 반 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만큼 안전점검을 전제로 존치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오는 12월 체류형쉼터 제도 시행과 관련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 과정 등을 거쳐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체류형쉼터가 확산되면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러시아의 다차(Dacha) 같은 도시농업 또는 휴식농업문화가 정착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 국민에게 행복 주는 클라인가르텐과 다차
'작은 정원'이라는 뜻의 클라인가르텐은 독일이 자랑하는 건강한 도시농업문화이다. 지방정부가 도시 인근에 단지를 조성하여 1인당 370㎡ 가량의 땅을 임대해 준다. 시민들이 이곳에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거나 꽃도 가꾸고, 오두막에서 휴식도 취하는 것이다.
독일 전역에 클라인가르텐 단지가 1만3000여 개나 되고 회원이 90여만 명, 이용자(가족 및 지인)가 500여만 명에 이른다. 독일 정부는 "클라인가르텐이 국민의 절반을 행복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연방건축법 제5조에 지역계획 수립시 일정 면적 이상의 부지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인의 70%가 보유한 다차도 주말·취미 영농 공간이다. 도심에서 떨어진 시골에 집과 텃밭을 두고, 주말이나 휴가 때 이곳을 찾아 농사도 짓고 휴식도 취하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생활 스타일도 변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대부분의 농촌이 소멸위기에 처해있다. 투기를 이유로 농지를 규제만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되려 농지의 이용을 더욱 활성화하고 수도권과 대도시권을 제외한 지역은 도시민과 귀농 희망자가 농지를 쉽게 구입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지역 생활인구 증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과감하고 전향적인 체류형쉼터 시행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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