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두 개의 날개를 달자

이정훈 기자 2024. 10. 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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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쩍 '왜 한국 시장만 매일 빠지는 건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다른 해외 증시에 비해 지나치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 불만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한국 증시 부진 원인은 반도체 업황 침체 우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불안에 따른 투자자들의 해외 이탈 가속, 내수 부진 장기화 등 다양하다.

그러나 대다수 국내 투자자는 회복을 전제로 한국 시장의 저점 매수 기회를 잡으려는 공격적인 성향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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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서울경제]

최근 부쩍 ‘왜 한국 시장만 매일 빠지는 건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다른 해외 증시에 비해 지나치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 불만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 들어 수십 차례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초 대비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급격한 변동성으로 강하게 흔들렸던 일본 닛케이 지수도 이후 빠르게 회복하며 현재는 연초 대비 15%가 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지난 4년 동안 침체일로였던 중국 주식시장도 경기 부양책 발표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는 올 들어 2%대 하락률을 보이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더 심하다. 올 들어 10% 가까이 빠지며 전 세계 꼴찌 수준에 가까운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국 증시 부진 원인은 반도체 업황 침체 우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불안에 따른 투자자들의 해외 이탈 가속, 내수 부진 장기화 등 다양하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사실 한국 증시가 해외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경우는 몇 없었다. 지난 2021~2023년 3년 동안 미국 S&P500 지수는 29%, 일본 닛케이 지수는 31% 상승한 반면 코스피 지수는 12%나 하락했다. 현재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기간을 좀 더 늘려 10년간 수치를 따져보면 한국과 미국, 일본의 지수 누적 수익률은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한국 증시 부진 현상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익률 격차는 2018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두 가지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하나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것이고 또 하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등장이다. 미중 갈등으로 과거 30년간 세계화의 온기를 누렸던 국내 산업은 극심한 타격을 받았으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질주로 AI 산업에서의 기술력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과거보다 리스크가 커졌으니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욱 깊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위험이 커진 한국 주식시장의 비중을 줄이고 포트폴리오 전략도 보수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위험의 크기에 따라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내 투자자는 회복을 전제로 한국 시장의 저점 매수 기회를 잡으려는 공격적인 성향이 드러난다. 한국인이면 한국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는 강한 모국 편향도 보이고 있다. 물론 모국 투자 편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난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의 모국 편향이 전 세계 GDP의 25%, 시총의 60%를 넘어서는 미국 투자자들이 가진 편향에 비해서도 높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 세상의 변화는 우리에게 기존의 투자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이 해외에서 출현했고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막대한 초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냉정한 투자자의 입장에서 판단했을 때 지금 해외 투자라는 또 다른 날개를 다는 데 주저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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