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 끝내겠다” 최윤범 압박한 MBK... 승자의 저주 의식했나

이복현 경고 이튿날 공개매수가 경쟁 멈춘 MBK
금융당국·여론의 ‘치킨게임’ 우려 잠재우려는 의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압박… 추가 인상 부담↑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9일 공매매수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사실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승자의 저주’ 책임을 떠넘기고, 공개매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열경쟁과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최 회장의 공개매수가 인상을 막는다면 MBK는 같은 가격에서 승산이 있다. 또 최 회장 측에서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더라도 높은 가격에 기업을 인수하고 이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승자의 저주’ 책임을 지우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9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MBK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 측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 가격 인상이나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에 상관없이 고려아연·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MBK는 추가적인 공개매수 가격 인상은 회사의 재무부담을 가중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MBK의 이번 가격 경쟁 포기 선언은 경영권 분쟁이 치킨게임(양쪽이 양보하지 않고 출혈경쟁을 벌이는 상황) 양상으로 번지며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 측 모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성 발언도 과열경쟁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웠다. 이 원장은 전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그는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MBK로서는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공개매수에 대한 금융당국과 여론의 우려를 일단 진정시킨 셈이다.

또 영풍이 제기한 2차 가처분이 내부검토를 통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과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에서 최소 매수 수량 조건을 없애면서 추후 고려아연 주주가 되는 MBK에 더 이상의 가격 인상은 실익이 없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공개매수 가격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최 회장 측에 가격 경쟁 포기에 동참하라는 강한 압박감을 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국가기간산업이자 비철금속 제련업 1위 위상을 지닌 고려아연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추가 차입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는 것은 최 회장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최 회장이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는다면 같은 가격이면서 공개매수 청약 기간·세금 등에서 유리한 MBK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베인캐피털에 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담보로 제공하면서까지 공개매수에 나선 최 회장은 여론의 부담을 안고서라도 공개매수가 상향을 선택할 수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 이달 11일인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MBK 측 발표에 대해 “또 다른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이며, 회사의 적법하고 유효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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