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은 디딤펀드? 우리는 다르다 [THE FINANCE]

김남석 2024. 10. 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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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원금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에 집중돼 있는 퇴직연금을 투자업권으로 끌어오기 위한 '디딤펀드'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25개 자산운용사가 동시에 상품을 출시하며 신규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수수료와 상품 운용 방식 등 운용사마다 차별화를 내세우고 나섰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지난달 25일 디딤펀드 출시 이후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각 사의 상품을 직접 설명하며 투자금 유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릴레이 간담회에는 지금까지 신한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DB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이 참여했다. 이후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사를 비롯해 17개 운용사가 차례로 상품 소개에 나선다.

디딤펀드는 주식·채권 등을 대상으로 한 분산투자 및 리밸런싱을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연금 특화 자산배분펀드로, 금투협이 주도해서 만든 업계 공동 브랜드다. 시장 중립적 성과를 내는 펀드를 공급해 원리금보장형(예적금) 상품과 실적배당형(주식과 채권형펀드) 상품 사이 일종의 '디딤돌' 역할을 해내겠다는 게 공통 목표다.

자산운용사 25개사 중 15개사는 디딤펀드를 새로 출시했고, 10개사는 기존에 출시한 자산배분펀드를 디딤펀드 조건에 맞게 재설정한 후 명칭에 '디딤'을 반영했다.

노후대비 자금 마련에 특화된 상품으로,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인 적립금을 굴려서 연금 가입자들에게 은행 이자 플러스 '알파(α)'의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 운용사들의 목표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에 달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30년까지 시장 규모가 10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퇴직연금은 대부분 은행에 몰려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163조7258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41%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 은행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절반 이상이 집중돼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퇴직연금이 몰려 있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경우 증권사가 은행보다 0.5~0.7%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큰 자금 이동은 없었다. 또 여전히 퇴직연금을 투자금으로 운용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지 않으면서 원리금보장형에 집중된 것도 투자업계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로 꼽혔다.

이번 출시한 디딤펀드는 증권사의 원리금보장 퇴직연금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치로 제시한 만큼, 실제 투자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모든 운용사가 동일 브랜드를 가지고 출시한 만큼 그 안에서 어떤 차별점을 내세울지도 관건이다. 주식이나 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을 대상으로 운용사별 고유 역량을 반영해 운영하는 만큼, 운용사의 자존심도 걸려 있는 문제다.

현재까지 간담회를 개최한 신한과 트러스톤, DB, 우리 모두 '우리 상품은 다르다'를 강조했다.

가장 먼저 간담회를 연 신한자산운용은 "논의 초기 단계부터 태스크포스(TF)로 참여하면서 디딤펀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여느 운용사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한운용은 '신한TRF성장형OCIO솔루션펀드'를 디딤펀드 요건에 맞게 리모델링해 '신한디딤글로벌EMP펀드'를 내놨다.

신한마음편한TDF를 통해 검증된 유연한 환헤지 전략도 함께 실행해 환율변동에 따른 펀드의 변동성 완화를 추구한다. 디딤펀드의 취지에 맞게 해외주식과 국내채권 같은 전통 상품에 더불어 대체자산까지 투자하는, 물가상승률 대비 3%대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것이 신한운용의 설명이다.

DB자산운용은 '회사채(BBB-이상) 3년+1%' 수익률을 추구하는 'DB디딤OCIO자산배분중립형펀드'를 내놨다.

박용명 DB자산운용 대표는 간담회에서 "자산운용사는 다양한 수단과 투자이론을 바탕으로 얼만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지가 핵심"이라며 "업계 최고 수준의 퀀트운용 전문가들로 조직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DB디딤펀드는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투자한다. 포트폴리오는 주식 34%, 리츠 5%, 나머지는 채권 및 현금으로 구성된다. DB운용이 자체 개발한 지수를 통해 '꼬리위험 시그널'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자산운용은 미국 테크와 바이오 투자를 강조했다. 우리운용은 '우리디딤미국테크와바이오'를 내놨다. 미국 테크주 30%, 바이오주 10%, 단기채권 20%, 국공채 40%를 담을 계획이다.

서우석 우리자산운용 글로벌운용부문 부문장은 "노령화가 진행되고 인공지능(AI)이 확산하면서 테크와 바이오는 미래에 가장 유망한 산업군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테크와 바이오는 상관관계가 0.5 수준으로 분산이 잘 된 실제 '분산투자 펀드'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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