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까지 사로잡은 '마법의 소스'…원물 맛 그대로 살린 결과죠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10. 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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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치킨 소스공장 가보니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매년 1만2465t 소스 생산
국내 농가와 직매입 계약
홍고추만 연간 1천t 사들여
총2900평 4층짜리 공장서
로봇이 제조부터 포장까지
"고기·떡볶이 소스로 확대
칙필레 한국판 거듭날 것"
비에이치앤바이오 진천 소스공장 내부 모습. 교촌F&B

"국내 치킨 브랜드 중에서 자체 소스 생산시설을 갖춘 곳은 유일합니다. 레드소스 하나만을 위해 홍고추를 1년에 1000t 이상 매입합니다."

송원엽 비에이치앤(BHN)바이오 대표는 지난달 26일 충북 진천 공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교촌 소스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치킨의 맛을 결정짓는 데는 닭 이상으로 소스가 중요하다. 그 소스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과거 교촌치킨을 운영하던 교촌F&B의 소스 제조부문 사업부였다가 2015년 독립했다. 국내에 크고 작은 업체를 합쳐 700여 개의 치킨 브랜드가 있지만 소스 생산기지를 자체 보유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간담회에서 송 대표는 "교촌의 대표 소스는 △레드 △허니 △간장 3종이 주역"이라며 "국내 농가들과 연간 직매입 계약을 맺고 천연 재료를 직접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드소스에 들어가는 홍고추는 연간 920~1000t을 사들인다. 마늘도 약 400t(부산물 제외 200t)씩 매입한다. 달콤한 허니소스의 핵심인 국산 아카시아꿀도 연간 80t가량 사용한다.

최근 3년간 교촌이 매입한 청양홍고추 2800t 중 58%가 이 같은 계약재배로 조달한 물량이다. 최근처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 국산 원재료를 쓰는 교촌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지만 품질 관리를 위해 국산 원재료 수급을 고집한다는 설명이다.

레드소스에는 약간의 단맛을 위해 딸기잼도 들어간다. 딸기 원물을 갈아서 만드는 딸기잼에는 딸기씨가 섞일 수밖에 없는 법. 진천 소스공장에서는 레드소스의 완성도를 위해 딸기씨를 일일이 걷어내는 작업을 추가할 정도로 품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진천 소스공장은 연간 최대 1만2465t의 소스를 생산한다. 하루에 30~40t 수준이다. 교촌치킨 외에도 국내 주요 식품업체에 납품하는 OEM(주문자위탁생산), ODM(제조자설계생산) 소스 2000여 종의 고유 조리법도 갖고 있다.

4층으로 구성된 이 공장 규모는 약 2900평. 제조업계에서 이 정도 면적은 통상 100명 정도가 적정 근무인원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 소스공장은 거의 모든 공정을 기계로 자동화해 27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안전사고나 위생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물 없는 공장'으로 운영하는 점도 특징이다.

이곳에서 소스는 원물 손실을 최소화하고 맛을 살리는 '비가열 공법'으로 만들고 있다. 끓이지 않지만 위생상 문제를 없애기 위해 사람이 직접 개입하지 않고 모든 공정을 자동화했다.

교촌치킨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K치킨'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미국·캐나다·중국·대만 등을 비롯해 아랍 문화권인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UAE) 등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할랄 인증도 마쳤다.

소스공장은 4층에서부터 제조를 시작해 공정을 거치면서 배관을 따라 자동으로 2층까지 내려와 완성되는 '톱다운' 방식으로 운영된다. 4층에서 마늘을 전처리 후 설비에 투입하면 자동으로 중량을 확인해 '세척→가열살균→냉각→분쇄' 순서로 손질한다. 마늘은 일정 무게로 자동 소분해 70도로 가열해 넣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온도를 뽑아냈다. 마늘은 다른 원료들과 함께 배합실에서 소스로 완성된다. 완성된 소스는 2층 포장실에서 시중에 판매하는 모습으로 밀봉된다.

파우치·컵 등의 형태로 소스를 포장하고 박스에 차곡차곡 쌓아 외부로 내보내기까지는 모두 로봇으로 자동화됐다. 컨베이어 벨트로 옮기고, 로봇 팔이 박스 포장을 알아서 한다.

회사 관계자는 "교촌치킨 소스의 구체적인 조리법은 회사 내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다"며 "교촌치킨의 상징과도 같아 알려져도 안 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교촌은 위탁생산 제품을 토대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K푸드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고, K푸드의 핵심은 소스라는 자부심이다. 글로벌 기업 '칙필레'와 '난도스'는 치킨 소스만으로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K푸드가 먹힌다면 교촌이 칙필레처럼 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송 대표는 "동원그룹과 함께 생산한 '마라시리즈' '면발의신' 등을 최근 코스트코에 납품해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며 "연말 수출을 목표로 고기·떡볶이 소스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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