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골프의 즐거움-알프레드 던힐 링크스 챔피언십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12〉

연제호 기자 2024. 10. 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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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알프레드 던힐 링크스 챔피언십 3라운드가 펼쳐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8번 홀에서 하이파이브하는 매튜 피츠패트릭과 그의 어머니 수 피츠패트릭. 사진제공 ㅣ alfredduhillinks.com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에는 골프대회 역대 우승자 명단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대회는 많지만, 클럽하우스 벽에 이름을 새겨주는 대회를 특별히 보드 컴피티션이라고 부른다. 이런 대회는 우승 경쟁도 치열하다. 이들 대회 중에 클럽챔피언십이 가장 명예롭지만, 그보다 더 부러운 것은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이름을 올려놓은 경우다. 보드 컴피티션 중에 팀 대회가 있는데 우승자 명단에 패밀리 네임이 같은 때도 있다. 그들은 형제, 모자, 모녀, 부녀일 수도 있지만, 대게 아버지와 아들이다. 그럴 경우 아버지의 만족감이 아들의 만족감보다 훨씬 컸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지난주에 스코틀랜드 동해안에서 개최된 알프레드던힐 링크스 챔피언십은 여러모로 특이한 대회였다.

첫째로 개최지가 이색적이다. 골프의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가장 어려운 링크스 코스로 불리는 카누스티, 가장 아름다운 스코틀랜드 동해안 코스인 킹스반스에서 공동으로 개최된다. 세 골프 코스에서 동시에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진행요원도 많이 필요하고, 경기를 방송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둘째로 대회 방식이 이색적이다. 이 대회는 프로 160명, 아마추어 160명이 참여하는 프로암이다.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가 팀을 이루며 각 홀에서 두 선수의 성적 중 좋은 점수가 팀 성적이 된다. 프로선수의 점수는 별도로 기록하여 개인전 우승자를 가린다. 개인전 상금과 단체전 상금은 별도로 지급되지만, 아마추어에게는 상금에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프로선수가 모든 상금을 받는다.

셋째로 컷오프 방식이 이색적이다. 3라운드를 올드코스, 카누스티, 킹스반스에서 돌아가며 펼친 후에, 개인 성적이 좋은 프로선수 60명과 팀 성적이 좋은 20팀만 컷오프를 통과한다. 개인전에서 상위 60명에 들지 못했지만, 아마추어의 활약으로 팀 성적이 상위 20팀에 든 프로선수는 컷오프를 통과한다. 최종 라운드는 다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다.

넷째로 이색적인 것은 참가 선수다. 대부분의 프로암이 그렇듯이 아마추어는 골프 셀럽들이 출전한다. 아마추어가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공개되어 있지 않고,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매우 큰 금액을 지불하고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회에는 PGA투어 커미셔너인 제이 모나한이 빌리 호셜과 팀을 이뤘고, LIV의 설립자이며 사우디아라비아 PIF의 수장인 야시르 알루미얀은 딘 범스타과 팀을 이뤄 출전했다. 두 팀은 카누스티에서 열린 첫째 날 같은 조에서 플레이했고, 모든 언론은 그들의 동반 플레이를 PGA투어와 LIV의 합병 성사가 임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이색적인 것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모시고 출전하는 프로선수가 있는 점이다. 올해는 로리 매킬로이, 로버트 매킨타이어와 티럴 해턴이 아버지와 함께, 매튜 피츠패트릭이 어머니와 함께 출전했다.

2019년 대회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아버지 제리 매킬로이와 함께 팀전에서 우승했고, 2023년에는 매튜 피츠패트릭이 어머니 수 피츠패트릭과 함께 우승했다.

로리 매킬로이와 그의 아버지 제리 매킬로이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8번 홀의 스윌칸 브리지를 함께 건너는 모습. 사진 제공 ㅣ alfreddunhilllinks.com
올해 대회에서는 티럴 해턴이 아버지 제프 해턴과 함께 3라운드까지 3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3라운드에서 티럴 해턴은 올드코스 최저타와 동률을 이루는 61타를 치면서 개인전에서도 3타 차 선두였다. 제프 해턴은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두고 흥분하여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담을 느껴서인지 제프 해턴의 최종 라운드 플레이는 이전 라운드만 같지 못했고, 티럴 해턴도 마찬가지였다. 티럴 해턴은 개인전에서는 가까스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지만, 단체전에서는 2타 차로 우승을 놓쳤다. 티럴 해턴이 4라운드 합계 24언더파를 쳤는데, 팀 성적이 46언더파였으므로 제프 해턴은 22인더파 이상의 공헌을 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만한 훌륭한 플레이였다. (아마추어의 경우 자신의 핸디캡의 2/3를 인정받는다. 핸디캡이 9일 경우에  대회 플레이 핸디캡이 6이 되며, 난이도가 높은 1번에서 6번 홀까지 한 타의 보너스를 받는다. 핸디캡을 받는 홀에서 버디를 하면,이글로 기록된다.)

티렐 해턴은 개인전 우승에도 불구하고 단체전에서 아버지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프 해턴은 아들과 플레이한 4일간의 여정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대회에 참가한 프로선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결같이 아들과의 관계가 더할 나위 없이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윤영호 골프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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