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소렌스탐을 앞선 능력···LPGA 한국 女골퍼를 지탱한 힘 ‘보기 회피 능력’
골프에서 좋은 스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버디 이상을 많이 잡아야 한다. 하지만 보기 이하를 범하지 않는 능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파 온을 시켰을 때 3퍼트 이상을 하지 않는 능력, 또 파 온을 하지 못했을 때 파 세이브를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골프 전설’ 보비 존스는 그래서 “골프란 다른 플레이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올드 맨 파(Old Man Par)’에 치열하게 맞서는 것”이라고 했다. 매홀 ‘파’와 싸우다보면 결국 좋은 스코어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존스 스스로도 “나는 파라는 올드 맨을 상대하면서 큰 경기를 차례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여자골퍼들이 최고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게 바로 파와 싸워 이기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LPGA 여러 통계 중에는 ‘Bogey Avoidance’라는 게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보기 회피 능력’ 쯤 될 것이다. 보기 이상 타수를 친 확률을 구해 낮은 선수가 높은 순위에 오르게 한 통계다.
이 보기 회피 능력에서 역대 최강의 면모를 보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지금도 대한민국 골프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고진영이다. 가장 오랫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보기 이상을 기록하지 않는 놀라운 코스 매니지먼트에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총 427라운드를 소화한 고진영은 892개 홀에서 보기 이상을 기록했는데, 확률로는 11.61% 밖에 되지 않는다.
역대 보기 회피 능력 2위가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다. 드라이브 거리는 긴 편이 아니지만 뛰어난 그린 근처 쇼트게임 능력과 정교한 퍼팅 실력으로 보기 위기를 잘 넘겼다. 그의 보기 이상 확률은 11.85%였다. 3위는 11.93%의 후루에 아야카(일본)다. 후루에 역시 뛰어난 쇼트게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4위(12.15%)가 바로 ‘영원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다. 소렌스탐이 72승을 거둘 수 있었던 힘이 버디를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보기 이상을 잘 범하지 않는 능력까지 겸비한 덕분이란 걸 잘 알 수 있다.
역대 ‘보기 회피 능력’이 뛰어난 선수 중에는 한국 출신이 무척 많다. 장하나가 5위(12.18%)에 올라 있고 김효주가 6위(12.34%)로 뒤를 잇고 있다. 7위(12.44%) 아타야 티띠꾼(태국)과 8위(12.49%) 브룩 헨더슨(캐나다) 뒤로 9위(12.77%) 유소연과 공동 10위(12.87%) 신지애와 전인지가 한국 선수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13위(13.68%), 호주 동포 이민지가 15위(13.72%)이고 현재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16위(13.82%)를 기록하고 있다.
김세영 17위(13.83%), 최혜진 20위(13.97%), 박인비 21위(14.01%) 등으로 상위권에 한국 선수들이 꽤 많이 포진해 있다.
쇼트게임과 퍼팅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박인비가 10위 이내에 들지 못한 게 이상하게 생각할 골프팬도 있을 것이다. 박인비는 한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는데, 이 기록이 포함된 이유가 크다. 실제로 박인비는 2013년 3위, 2014년 1위, 2015년 2위, 2019년 3위, 2020년 1위 등 전성기 때는 뛰어난 보기 회피 능력을 보였다.
소렌스탐과 오초아 시대를 지난 후에는 한국 선수들이 이 부문에서 1위에 오른 해가 꽤 많다.
2012년 신지애, 2014년 박인비, 2016년 장하나, 2017년 전인지, 2019년 김효주, 2020년 박인비, 2021년 고진영, 2022년 김효주 등이 보기 회피 능력 부분에서 그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보기 회피 능력 순위에서 10위 이내에 올라 있는 선수는 고진영이 유일하다. 1위 후루에 아야카, 2위 에마 탤리, 3위 리디아 고, 4위 릴리아 부, 5위 넬리 코르다에 이어 고진영이 6위다. 유해란이 25위이고 2022년 1위, 2023년 2위에 올랐던 김효주는 38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여자골프의 최근 성적도 보기 회피 능력 순위가 밀리면서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한국여자골프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오태식 기자 ot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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