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된 낡은 시장, MZ세대 '핫플'로 떠오른 비결 [젠Z의 눈]

조서영 기자 2024. 10. 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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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젠Z의 눈 7편
동대문 MZ세대 ‘취미 성지’
액세서리 만드는 취미 유행
공예 부자재 소분해 판매해
유행에 따라 부자재도 달라져
부자재 상가 방문 연령층 다양
주말엔 아이 동반 가족 방문
하루 평균 1만3700명 방문
전통시장 평균 방문객 2.7배

요즘 젠지(제너레이션 Z)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 있습니다. 붉은 건물의 거리 성수동보다 더 극적인 곳입니다. 다름 아닌 동대문 종합시장입니다. 이곳 5층에 있는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는 젊은층의 고객들로 발 디딜 틈 없습니다. 젠지들이 추구하는 '힙한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동대문 종합시장은 어떻게 '핫플'로 떠오른 걸까요? 여기엔 비밀이 있습니다.

현재 부자재 상가엔 공예 취미를 즐기러 온 젊은 고객들로 가득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동대문 '핫플레이스'하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 'DDP'라 부르는 동대문디지털플라자를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 DDP와 멀지 않은 곳에 새롭게 떠오른 핫플레이스가 있습니다. 바로 '동대문 종합시장'입니다.

동대문 종합시장은 동대문역 9번 출구로 나오면 만날 수 있습니다. 청계천 바로 옆에 있는 가로로 긴 흰색 건물, 네! 바로 그겁니다. 건물 전면에 파란색 글자로 '동대문 종합시장'이라 적혀 있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동대문 종합시장은 외관만 보면 핫플레이스와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당장 낡은 이미지가 떠오르니까요. 동대문 종합시장은 실제로 5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오래된 재래시장입니다. 그 역사를 한번 훑어볼까요?

동대문 종합시장은 지금으로부터 54년 전인 1970년에 개관한 의류재료 전문상가입니다. 1960년대 한국의 의류 제조업이 급속도로 팽창할 때 함께 성장했죠. 의류 원단과 부자재를 전문적으로 판매한 동대문 종합시장은 전국적인 도매시장으로 발전했고, 의류 업계 종사자라면 가장 많이 들르는 곳 중 한곳이 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도매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이커머스가 발달하면서 동대문 종합시장의 명성은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온라인 쇼핑몰이 큰 인기를 끌자 동대문을 향하는 발걸음도 크게 줄어들었죠. 우리가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낡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건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그런데 최근 젊은 세대가 동대문 종합시장에 찾아들고 있습니다. 특히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 곳곳에선 젊은 방문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젠지(제너레이션 Z)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동대문 종합시장이 MZ세대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명성을 잃어가던 낡은 시장은 어떻게 '핫플'로 탈바꿈했을까요? 그 이유는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 유튜브에 '동대문 부자재 상가'를 검색하면 영상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인기도 많습니다. 동대문에서 부자재를 구매해 직접 액세서리를 만드는 브이로그 콘텐츠는 30만~40만대 조회수가 나오고 있죠.

그렇습니다. 비즈(구멍 뚫린 작은 구슬) 공예나 레이스 공예 등 액세서리를 만드는 취미가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동대문이 MZ세대의 '취미 성지'로 떠오른 겁니다. 젊은 세대는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에서 비즈·리본·키링(열쇠고리) 등의 부자재를 구매해 직접 액세서리류를 만듭니다. 비즈로 팔찌와 목걸이를 만들고, 리본과 레이스로 소지품을 꾸미는 등 취미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죠.

동대문 종합시장 5층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에서 상점을 운영 중인 고정은(가명)씨는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부터 젊은 고객들이 확 늘어난 것 같다"며 "주로 20대 여자 고객들이 친구들과 방문해서 액세서리 부자재를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시장의 변신 도매와 소매 = 새로운 고객층이 유입되자 동대문 종합시장도 그에 발맞춰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동대문 종합시장은 소매 손님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도매에 주력하고 있어 소매는 상대적으로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지금은 다릅니다.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지금은 개인 손님도 환영합니다. 소매 손님을 위해 부자재를 적은 양으로 소분해 판매하는 식이죠. 예를 들어, 지금 부자재 상가에선 6~8개의 액세서리 펜던트를 한팩에 담아 1000~2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처음 방문한 공예 초보자를 위해 액세서리를 만드는 방법을 적은 설명서를 비치한 가게도 숱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만들 때 참고할 수 있는 샘플 액세서리를 전시한 곳도 있습니다.

동대문 종합시장을 예전부터 다녔다는 한지현(가명)씨는 "액세서리 부자재를 판매하는 5층은 도매상점이 많이 빠지고 소매를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이 많아졌다"며 "의상학과 학생들이나 도매업자들이 방문하던 기존 가게들은 대부분 아래층으로 이동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의 변신 부자재와 세대 =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행에 따라 부자재도 크게 달라집니다. 비즈팔찌와 비즈키링이 유행했던 때엔 알록달록한 비즈나 파츠(장식부품)를 위주로 판매했습니다. 리본공예가 유행했을 땐 가지각색의 레이스 리본들이 매대를 채웠습니다. 모루 인형이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은 공예용 철사와 인형에 입히는 미니어처 옷이나 소품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시간이 갈수록 동대문 부자재 상가를 방문하는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주말이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아이들이 만들고 놀 수 있는 재료가 가득해서 함께 놀러가기 좋다는 후기도 많습니다.

슬라임(일명 액체괴물)에 들어가는 글리터(장식용 반짝이)와 비즈, 폰케이스를 꾸미는 데코덴(크림형 점토)을 재미있게 구경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동대문 종합시장엔 하루 평균 1만3700여명이 찾습니다. 전통시장의 일 평균 방문객 수가 2019년 5413명에서 2022년 4536명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시장이 '특징'을 갖는 순간, 예년의 인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나만의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는 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니,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가 동대문 종합시장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MZ의 성지가 된 동대문 종합시장은 과연 다른 시장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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