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국채지수 `깜짝` 편입…발행여력 늘고 재정운용 `숨통`

신하연 2024. 10. 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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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3대 글로벌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9일 우리나라가 '깜짝' 편입되면서 본격적인 선진 금융시장으로 분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수 편입으로 향후 채권시장에 80조원대 자금이 유입될 전망으로, 국채 발행 여력이 늘고 조달 비용이 감소하는 측면에서 재정정책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우리나라는 FTSE 러셀이 분류하는 WGBI에 편입됐다. 2022년 9월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에 오른 지 네번째 도전 만이다.

WGBI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 포함된 '선진 국채클럽'으로 꼽힌다. 추종 자금이 2조5000억∼3조달러(3362조5000억~4035조원)로 추정되는 데다 주요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도도 높다.

이 때문에 한국이 WGBI에 편입됐다는 건 그만큼 한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와 신뢰도도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3대 채권지수 가운데 대상에 해당하는 2개 지수에 모두 편입됐다. 2002년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 지수(BBGA)에 편입됐고, 나머지 JP모건 신흥국 국채 지수(GBI-EM)는 신흥국이 대상이라 한국은 소득 기준 초과 등으로 제외된다.

WGBI 편입은 재정 운용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WGBI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70조∼88조원 수준의 추종 자금이 유입된다. 실제 편입은 내년 11월께 이뤄진다.

이는 정부의 연간 국고채 순발행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에 201조3000억원의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83조7000억원이 순발행이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국고채 발행 규모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금 유입만큼 발행 여력이 추가적으로 생긴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정부 입장에서 조달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난다. 국고채 발행 잔액이 늘면서 지난해 국고채 이자비용만 23조원에 달했다.

국고채 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채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 국고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늘면 외환시장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간 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제도를 개선하며 WGBI 편입에 주력해왔다.

올해 6월에는 국채통합계좌가 개통됐고, 7월부터는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거래 마감시간이 익일 오전 2시로 연장됐다. 작년에는 외국인의 국채투자 비과세, 외국인 투자자등록제(IRC) 폐지 등도 시행됐다.

이에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국내 채권업계에서는 한국이 WGBI에 내년 3월께 편입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많았다. 시장 접근성 수준이 높아지더라도 실제 투자자의 체감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역대 최대 규모(201조3000억원)의 국고채 발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전해진 WGBI 편입 소식은 큰 호재라고 진단하고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WGBI 편입은) 내년도 공급에 대한 우려를 조금 덜어줄 첫 번째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의 운용자산 증가 폭이 1%대에 머물러있고, 개인은 워낙 포션 자체가 작아 늘어나는 공급을 소화할 수 있을까 우려됐는데 (WGBI 편입으로) 시장금리가 크게 밀릴 가능성은 작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편입 성공은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라며 "장이 열리면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7~10bp(1bp=0.01%포인트) 정도 떨어지며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숏(매도) 재료가 많았는데 오랜만에 나온 롱(매수) 재료에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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