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불안·소외 성찰…한강뮤지엄 ‘폭신폭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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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던 것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비로소 편안해질 때가 있다.
현대인의 상실감, 불안, 고독 등을 진지하게 성찰해 소외된 개인의 회복력을 높이는 전시가 마련됐다.
김동우 한강뮤지엄 부관장은 "현대인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인지하게 되면 문제에 대한 다양한 회복의 방법도 고민하고 경험할 수 있다"며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나설 때 비로소 침대에 누운 듯 폭신폭신한 느낌을 받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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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던 것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비로소 편안해질 때가 있다. 현대인의 상실감, 불안, 고독 등을 진지하게 성찰해 소외된 개인의 회복력을 높이는 전시가 마련됐다.
남양주시의 한강뮤지엄이 오는 27일까지 선보이는 ‘폭신폭신-A Moment of Relief’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기획전이다.
전시에선 지석철, 최성임, 김기라 등 현대미술 작가 5명의 회화, 영상, 설치 등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고뇌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인간’이다.
한국의 1세대 극사실주의 화가인 지석철은 ‘인간 부재’를 그려낸 7점의 작품을 출품해 전시의 포문을 열었다. 그의 그림은 사진으로 보일 만큼 묘사력이 뛰어나며, 대부분의 작품에 작은 의자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콩강 등 거대한 자연이나 뉴욕의 마천루 등 인간이 만들어 낸 높은 구조물을 담아내면서 이와는 대조되는 작은 의자를 한편에 그려 넣는다. 아무도 앉지 않은 의자는 ‘부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지 작가는 부재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부재로 가득 채워진 세상을 표현하며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해 사유토록 했다.
올해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을 수상한 김기라 작가는 ‘인간 소외’ 문제를 다뤘다. 김 작가는 이념, 종교, 계층, 젠더 등 무겁지만 개인이 직면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갈등을 비디오와 설치 작품에 담아냈다.
특히 양모카펫으로 제작된 ‘이념의 무게, 한낮의 어둠, 무지개를 넘어-자살지수’ 작품은 실제 자살지수를 벤 다이어그램 형태로 표현했다. 작가는 자살, 갈등의 문제를 관람객이 살갗으로 접촉하면서 고민하길 바라는 의도를 담았다.
전시 후반부에 들어서면 김선현 작가의 ‘Anima’ 시리즈가 등장,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김선현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버려지는 달걀 껍데기로 작품을 제작한다. 달걀 껍데기는 깨지기 쉽고 약하지만 집적되면 단단해지고 빛나며 에너지를 발한다. 작가는 이 같은 달걀 껍데기의 속성을 활용해 생명 탄생의 완벽함과 숭고함, 가치를 일깨운다.
‘Anima’ 시리즈는 달걀 껍데기를 붙여 원과 원을 이루는 파동을 반복적으로 만든 결과물인데, 검은색은 생명이 시작하는 자궁 속 어두운 공간, 죽음·소멸을 표상하고 흰색은 빛과 부활, 그 안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를 상기시켰다.
이어 초현실적 인물화를 그리는 서기환 작가는 가족생활의 애환을 담은 ‘사람풍경’ 시리즈를 통해 꿈과 희망,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최성임 작가는 양파를 담는 PE망에 플라스틱 공을 넣어 길게 매달아 놓은 설치 작품 ‘구멍들’을 통해 이기적이지만 비난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냈다.
김동우 한강뮤지엄 부관장은 “현대인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인지하게 되면 문제에 대한 다양한 회복의 방법도 고민하고 경험할 수 있다”며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나설 때 비로소 침대에 누운 듯 폭신폭신한 느낌을 받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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