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연출 요나 김 "'서울버전'으로 불러줘"

임순현 2024. 10.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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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의 '서울 버전'이라고 불러주세요."

연출을 맡은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4개 버전의 '탄호이저'를 두고 지휘자와 논의한 결과 젊은 시절의 바그너 분위기로 가자고 결정했다"면서 "'드레스덴 버전'과 '파리 버전'을 섞어 '서울 버전'으로 만들고, '뮌헨 버전'과 '빈 버전'은 참고만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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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드레스덴 버전'에 '파리 버전' 가미…"젊은 바그너 분위기로"
'뻔한' 여성 캐릭터 관계도 재구축…17∼2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연습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의 '서울 버전'이라고 불러주세요."

오는 17∼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의 '탄호이저'는 독일 '오페라의 아버지' 리하르트 바그너의 역작이다. 사랑의 신 '베누스'와 쾌락에 빠져 지내던 '탄호이저'가 인간 세상으로 돌아와 전 연인 '엘리자베트'와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바그너의 '탄호이저'는 총 4개 버전으로 존재한다. 1845년 초연된 '드레스덴 버전'과 1861년 '파리 버전', 1867년 '뮌헨 버전', 1875년 '빈 버전'이다.

어떤 버전에도 만족하지 못한 바그너는 자신이 창설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다섯 번째 버전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그너가 공연 전 세상을 떠나면서 '탄호이저'는 마침표를 찍지 못한 작품으로 세상에 남게 됐다.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연습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오페라단이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선보이는 '탄호이저'는 초기 버전인 '드레스덴 버전'과 '파리 버전'에 집중했다.

연출을 맡은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4개 버전의 '탄호이저'를 두고 지휘자와 논의한 결과 젊은 시절의 바그너 분위기로 가자고 결정했다"면서 "'드레스덴 버전'과 '파리 버전'을 섞어 '서울 버전'으로 만들고, '뮌헨 버전'과 '빈 버전'은 참고만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베누스'의 비중이 크고 캐릭터가 입체적인 '파리 버전'을 1막에 쓰고, 2막과 3막은 초연인 '드레스덴 버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파리 버전에 추가된 1막의 발레 장면은 작위적이라는 이유로 아예 삭제하기로 했다.

요나 김은 육체적 세계를 상징하는 '베누스'와 정신적 세계의 표상인 '엘리자베트'의 관계도 새로 구축할 방침이다. 대척점에 있는 두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동일하게 재편해 팽팽한 드라마적 긴장 관계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요나 김은 "'베누스'라는 여성은 관능적인 '팜므 파탈'이라는 피상적인 이미지를 달고 있지만, 실상은 그저 사랑에 충실한 정열적인 여자일 수도 있다"면서 "엘리자베트 역시 이타적인 사랑을 강요당하다 죽어가는 '착한 여인 콤플렉스'의 희생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여성 캐릭터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작품의 가사와 음표를 하나하나 분석해 살폈다는 요나 김은 '베누스'와 '엘리자베트'가 결국 한 여성의 양면성을 은유한 것이라고 결론 냈다고 한다. 그래서 3막에 두 여성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을 추가했다.

요나 김은 "여성에 대한 바그너의 클리셰 작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선 그 클리셰를 다 깨려고 한다"면서 "다만 두 여성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연대'의 의미인지 '대립'의 의미인지는 관객의 해석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연습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 상임 연출가로 활동 중인 요나 김은 2017년 세계적인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가 시상하는 '올해의 최우수 연출가'로 선정됐다. 2015년 국립오페라단의 '후궁 탈출'을 연출하며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약 16시간 분량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를 연출해 주목받았다.

섬세하면서도 진중한 연출로 정평이 난 요나 김이지만, 그가 오페라를 어려워하는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요나 김은 "오페라를 관람하다가 졸리면 그냥 자도 된다. 한 10분쯤 자고 일어나면 음악이 더 잘 들린다"면서 "오페라를 모르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각자 즐기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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