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급식은 팟타이래"…'다문화' 몸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편집자주]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면서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70%가 이주배경학생으로 채워진 학교가 등장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베트남, 필리핀, 태국, 몽골, 캄보디아 등 학생들의 출신 국가도 다양하다. 준비가 덜 된 학교 현장은 식은땀을 흘린다. 이주배경학생 19만 시대, 학생과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를 고민해본다.
김찬형 한밭여중 교사가 진행하는 다문화 체험활동이다. 체험활동을 통해 다른 나라 출신 친구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간다.
김씨는 "타 문화에 대한 아이들의 지식수준은 이미 상당하다"면서도 "문제는 실천과 존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책 속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배움의 완성"이라며 "다문화 지식에 대해 배운 것을 실천하고 느낄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급식 시간 다문화 음식 체험과 퀴즈를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을 줬다. 아이들이 여권(활동지)을 갖고 가상의 국가(교실)들을 여행하는 체험 교육도 실시했다. △1반 러시아 △2반 필리핀 △3반 일본 등으로 정해 각 나라에 가서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를 만들어보고 필리핀 전통놀이를 체험해보는 식이다.
김씨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교육부가 주최한 '다문화교육 우수 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씨 외에 우수사례로 선정된 다른 교사들도 모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느끼는' 다문화 교육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현재 다문화 교육은 대체로 당위성을 강조하는 수준의 한방향 교육에 그친다는 것이다.
우수상 수상자 정진용 인천 갑룡초 교사는 지난해 '다문화 박람회'를 열었다. 반 아이들은 옆반 친구들에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려고 '스스로 공부'했다. 체험 부스 주제는 아이들이 모두 선정했다. 자연스레 주제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졌다. 학교생활을 주제로 특정 국가의 급식과 교복을 소개하는 아이들부터 전통음식과 디저트를 주제로 삼은 아이도 있었다. 캐나다를 소개하는 한 아이는 메이플 시럽을 준비했다.
정씨는 "현재 교육은 책을 보면서 '차별하면 안 된다', '공존해야 한다'는 식의 지극히 당위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면서 "하지만 교육 효과는 체험과 참여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다문화를 보고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씨는 이번 학기 '전학 온 이주배경학생들과 벌어지는 일'을 주제로 연극을 준비하는 중이다. 그는 "학생들이 다같이 극본을 만들고 직접 연기도 하게 될 것"이라며 "확실히 참여수업을 할 때 아이들의 흥미가 높아지는 걸 느낀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교대와 사범대에서 다문화 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귀염 시화초 교사는 "교사 부임 첫해가 너무 힘들었다. 진짜 다문화 교실이 뭔지, 실제 어떤 다문화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지 예비 교사들이 알 필요가 있다"며 "예비 교사들부터 다문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갑룡초 교사 정씨도 "다문화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며 "(예비 교사들이) 실제 다문화 교육 현장을 본다면 교단에 섰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희화화된 다문화 혐오 표현을 뜻도 모른 채 학습한다고 우려했다.
정씨는 "아이들이 눈을 찢는 행동이나 '칭챙총' 같은 인종차별적 표현을 인터넷상에서 알고 따라할 때가 많다"며 "인종차별적 행동의 맥락과 역사를 모른 채 '밈'처럼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생님도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아이들이 인종차별적인 말을 학습해 학교로 온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친구한테 '니그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며 "말을 한 아이는 뜻도 모르고 (들은 얘기를) 따라한 것"이라고 했다.
한밭여중 교사 김씨는 "아이들은 차별 언어를 경험하면 자존감을 잃게 된다"며 "미디어와 연계한 종합적인 다문화 교육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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