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복수의 최순실 존재…윤석열·김건희·한동훈, 혼란의 주범”

황준범 기자 2024. 10.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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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범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김동연 경기지사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4일 수원 경기도청 5층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김동연 경기지사를 인터뷰한 지난 4일은 마침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이 오후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날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행사 참석 직전 수원의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 지사와 차담했다. 김 지사는 아침에 청사 5층 집무실에서 기자를 맞이하면서 “오후에 문 대통령 부부가 오실 거라서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해놨다”고 했다. 김 지사는 최근 ‘한반도 평화 이어달리기’를 강조하면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계승을 말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경기도청을 방문한 것을 두고, ‘김 지사 힘 싣기’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김 지사는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에서 5대 12로 참패하는 와중에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0.15%포인트 차로 꺾고 경기도를 지켜내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높였다. 그는 최근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 지원 주장을 두고 “13조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차별화를 꾀한다는 관측도 있다. 김 지사는 또 전해철 도정자문위원장(전 행정안전부 장관), 강금실 기후대사(전 법무부 장관), 강권찬 기회경기수석(전 청와대 비서관), 김남수 정무수석(전 청와대 비서관), 신봉훈 정책수석(전 청와대 행정관), 강민석 대변인(전 청와대 대변인), 안정곤 비서실장(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친노무현·친문재인 인사들을 경기도에 다수 기용했는데, 비이재명계를 모아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1957년 충북 음성 태생인 김 지사는 상업고등학교와 야간대를 나와 경제부총리, 경기지사까지 오른 ‘흙수저 성공 신화’ 주인공이다. 지난 대선 때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대선에 나섰다가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하고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김 지사는 차기 대선 도전 질문에 “도민과 국민이 부르면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문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국정 혼란의 주범이자 공범”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건희 여사 의혹, 명태균 폭로 등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순실 넘는 국정농단이라고 본다. 한 명의 최순실이 아니라 복수의 최순실들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최근 ‘명태균 게이트’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권력행사와 비선의 국정농단이라는 점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비슷하지만,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한 검찰·감사원·권익위 등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 그로 인한 국정운영 불능 상태가 최순실 국정농단을 넘어섰다.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은 민주주의 후퇴, 민생경제 추락, 무너진 평화와 역사의식, 국격 상실의 주범이자 공범이다.”

―한동훈 대표는 어떤 점에서 공범인가.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국정운영의 대표적인 동반자였다. 총선과 당 대표 선거에서 ‘국민 눈높이’를 말했지만 결국 ‘용산 눈높이’로 후퇴했다. ‘쇼맨십’ 정치의 전형이다. 본인 입으로 언급한 채 상병·김건희 특검을 거부해 여전히 공범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특검법 수용으로 시작해 국정 운영에 대전환이 있지 않고는 큰 낭패를 볼 것이다. 20%대 지지율에서 보듯 국민은 이미 대통령 불신을 넘어 ‘자격상실’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대로 거부권·수사권만으로 계속 버틴다면 남은 건 국민의 어퍼컷 뿐이다.”

―‘국민의 어퍼컷’은 탄핵을 말하나.

“탄핵 얘기는 민주당에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다만 국정농단이 최순실 넘어가는 정도로 계속되면 정권에 대한 불신, 이대로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겠냐 하는 걱정과 여러 대책, 대안에 대한 소리가 분명히 나올 거라고 본다.”

―지금 벌어지는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그 부부 개인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대한민국 정치가 5년 단임 대통령이 긴 시계로 대한민국의 갈 길을 제시하지 못하는 구조인 데다, 승자독식 구조에서 내 편이 아니면 적이 돼버리는 문제가 크다. 거기에 개인의 무능과 사심이 합쳐져서 지금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87체제로 37년이 흘렀는데 이제는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 지난번 대선 때 내가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했고, 이재명 후보도 당선되면 1년 임기 단축하겠다고 합의했다. 2026년 지방선거 때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개헌을 하는 게 방법이다. 심리적 탄핵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 등을 볼 때 윤 대통령이나 여당도 심각하게 결단해야 할 것이다.”

―집값 불안정이나 자영업자 위기 등 민생이 어려운데, 경제 전문가로서 보기에 현 정부 경제 기조는 괜찮은가.

“전혀 안 괜찮다. 경제는 지금 정책공백 상태이고 이미 레임덕에 들어갔다고 본다. 이 정부는 첫째, 전 정부 타령을 하고 있다. 둘째, 경제와 민생이 얼마나 어려운지 전혀 인식을 못하고 있다. 셋째,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금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도 모든 문제에 전 정부 탓을 하고 있다는 것은 실력이 없다는 얘기다. 또 민생이 도탄에 빠졌는데 대통령은 경제가 좋다고 얘기하고 있으니 국민들 염장 지르는 거다.”

―지금 경제 사령탑에 앉아 있다면 무얼 하겠나.

“경제 실상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정책기조를 대전환하겠다. 지금 정부가 긴축재정을 하고 있는데, 경제의 어려움과 산업정책의 중요성을 볼 때 확장재정으로 나가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여야정민 국가경제구조개혁회의와 같은 사회적 대타협 기재를 만들어서 연금, 교육, 복지,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김 지사는 ‘어려운 계층에 두껍고 촘촘하게 해주는 식으로 가면 좋겠다’고 했는데.

“확대재정을 주장해온 사람으로서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찬성한다. 다만 이것은 시혜적인 복지 정책이 아니라 경기진작이 이 정책의 첫 번째 목표다. 이제까지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줬을 때 그게 소비·투자로는 목표만큼 가지 못했다. 먹고 살 만한 분들이나 고소득층에게 이 돈이 간다고 그분들이 그 돈을 쓰겠나. 중산층, 저소득층, 취약계층이 한계소비 성향이 높다. 그분들은 이 돈을 받게 되면 대부분 소비하면서 경기진작이 이뤄진다. 그래서 (선별지원이) 우리 경제가 돌아가고 투자로까지 연결되는 면에서 효과가 클 것이다.”

―전국민 25만원 지원 방안을 두고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은 아니다’라고 발언해서, 이재명 대표와 각을 세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웃음)13조원을 쓰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우선순위 높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를 두고 민주당이 고심 중이다. 김 지사는 시행도 유예도 폐지도 답이 아니라며 ‘원샷’ 해결을 주장했다.

“금투세를 그대로 강행하면 자본시장을 크게 해칠 것이다. 그렇다고 폐지하자는 건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는) 과세 원칙에 안 맞는다. 또 이미 두 차례 유예했는데 또 유예하자는 건 ‘폭탄 돌리기’다. 금투세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동시에 원샷 해결해야 한다. 지금처럼 1500만 주식 투자자들과 일반 시민들까지 금투세가 뭔지 아는 정도로까지 간 게 처음 있는 일이다. 쇠가 달궈졌을 때 쳐야 한다. 지배주주의 일반주주 이익 침해를 막는 기업 거버넌스 개혁, 금투세 공제 한도 상향이나 장기투자자 우대, 증권거래세 완화·폐지를 통한 이중과세 문제 해결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원샷으로 다 풀자. 이에 대한 논의와 검토, 분석은 많이 돼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가능하다고 본다.”

―김 지사는 2022년 6월 당선 직후 한겨레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향해, ‘기득권 내려놓기’와 ‘서민·중산층·약자의 눈높이’를 강조했다. 지금 민주당은 그걸 잘 하고 있다고 보나.

“더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나 여당 실정의 반사이익에 편승해서 기득권 내려놓기나 제대로 된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실망할 거다.”

―2026년 도지사 재선과 2027년 대선 도전, 어느 쪽인가.

“분명한 것은 정권교체가 지상과제라는 점이다. 도민과 국민이 불러낸다면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고 정권교체를 위해 내 역할을 하겠다.”

―경기도에 전해철 도정자문위원장 등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모아서 김 지사가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함께 일할 분들을 모시는 데 있어서 비명·반명 이런 거 의식한 적 전혀 없다. 경기도정 또는 정권교체를 위해서 과거에 대통령을 모시고 일했던 분들의 국정운영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데에 숨은 인재가 많다. 정말 평범한 것 같지만 깨어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정치세력 교체에 큰 역할을 할 거란 점에도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합쳐서 ‘신3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연말에 김경수 전 지사가 독일에서 귀국하면 자주 볼 건가.

“김경수 전 지사는 지난 5월 잠시 들어왔을 때도 두 번 만났다. 김부겸 전 총리는 내가 부총리 때 행안부 장관하면서 국무위원으로 같이 일했다. 두 분 다 훌륭한 분들이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이다. 당연히 만나야 한다. ‘신3김’이라는 말에는 국민들께서 정권교체 세력의 파이를 키우려고 하는 생각과 민주당 내 다양성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판이 커짐에 따른 역동성과 다양성이 정권교체에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이재명 대표가 여론조사나 당내 지지에서 확고한 ‘원톱’인데, 김 지사가 국민들의 부름을 얻을 기회가 있을까.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민주당 중심으로 판을 더 키워야 한다. 그래서 내부적 다양성과 외부적 확장성이 정권교체에 필수적이다. 기회가 주어지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것보다는 제 비전과 철학을 갖고 뚜벅뚜벅 제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나 한동훈 대표가 부럽지 않나.

“(웃음)나도 팬덤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도 특정한 대상의 팬이다. 회비까지 낸 방탄소년단 아미다. 좋아하는 스포츠의 팬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더러 어떤 곡을 하라거나 안무를 어떻게 하라든지 얘기하지 않는다. 야구팀에 ‘3번 타자 아무개 기용했으면 좋겠다’는 얘기 안 한다. 지금의 정치 팬덤이 지나치게 관여하고 또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대하는 것에는 우려의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 지도자 김동연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휴머노믹스, 즉 사람중심 경제를 경기도정을 통해 시연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회경제, 즉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고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또 어떻게 하면 중산층을 늘릴 수 있는가, 그리고 돌봄경제, 사람에 대한 투자, 기후위기 대응 등을 도정 우선순위에 두고 추구하고 있다. 부총리 시절에는 숫자를 봤다면 도정을 하면서는 사람을 보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4일 수원에 있는 경기도청 청사 5층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한반도 두 국가론’을 제기했다.

“(통일보다) 평화가 우선이라고 현실적인 얘기를 한 것은 이해하는데, 이념적·소모적 논쟁을 초래한 것은 아쉽다.”

―김 지사의 통일 구상은 뭔가.

“‘경제 통일’이다. 남북 간에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하되 교육·사람·자본·기술의 교류를 확대해 상호이해와 번영의 길을 찾고, 그런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해서 동북아뿐 아니라 북방 쪽까지 경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2018년 경제부총리를 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관저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역사에 어떤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싶으십니까’라고 물었더니 ‘통일의 초석을 깐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언젠간 있을 통일의 초석을 깐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시도록 그걸 계승하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남쪽 뜻대로만 되지 않는 한계도 있다.

“경기도는 이미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난달에는 임진각에서 평화 콘서트를 했고, 내일 ‘비무장지대(DMZ) 평화 걷기대회’를 한다. 11월에는 ‘DMZ 에코피스포럼’을 열어 평화 대담을 한다. 이런 것들이 지금의 혹독한 남북관계 상황 속에서도 경기도가 하고 있는 구체적인 노력들이다. 밤이 아무리 깊어도 새벽이 온다. 남북관계도 그러하리라고 본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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