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 띄운 소수자의 꿈과 사랑[신간]
블랙버드의 노래
크리스천 쿠퍼 지음·김숲 옮김·동녘·1만8500원
크리스천 쿠퍼는 자신을 흑인이고 게이이며 SF와 판타지를 사랑하는 ‘괴짜’라고 소개한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마블 코믹스에서 작가이자 편집자로 일하면서 마블 작품에 퀴어 캐릭터를 만들어낸 그의 취미는 ‘탐조’, 즉 새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이다. 쿠퍼는 인종적 정체성은 숨길 수 없어도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 안에서는 안전했던 반면 성적 지향은 숨길 수 있는 대신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그런 쿠퍼에게 어디에서나 자기 방식대로 날아오르며, 거리낌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새들의 세계는 도피처였다. 새 한 마리를 온전히 이해하기까지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하듯,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쿠퍼는 말한다.
이 에세이는 탐조하던 많은 날 속에 쿠퍼 자신이 경험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고발한 기록이자, 소수자로 살아온 생존자의 일대기다. 쿠퍼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만난 다양한 새를 소개한다. 미국 뉴욕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은 한국 독자에겐 낯설지만, 새들의 생김새나 울음소리를 묘사하며 탐조하는 재미를 들려준다.
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
애그니스 아널드포스터 지음·손성화 옮김·어크로스·2만2000원
‘노스탤지어(향수)’의 사전적 의미는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다. 영국의 감정사학자인 저자는 노스탤지어가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시대 정서라고 본다. 역사학, 심리학, 신경과학, 의학 지식 등을 종합해 400여 년에 걸쳐 노스탤지어가 어떻게 기능해왔는지 분석한다. 본래 ‘향수병’은 위험한 질병이었으나, 산업화 이후 대이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점차 무해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현대사회에선 심리적 안정제로서 마케팅 수단, 정치적 선전도구, 인지치료 기술로 역할을 한다. ‘퇴행’의 상징이기도 했던 노스탤지어가 어떻게 고독의 시대를 치유할 정서로 기능하는지 전망한다.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김문주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8500원
인류는 역사적 사건의 명백한 원인을 찾으려 애쓰고, 원인과 패턴을 알면 현실을 통제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는 그것이 ‘착각’이며 세상일이 ‘우연히’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런 사례를 짚으며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안내한다.
대혼란의 세상 희망을 찾아서
김종대 외 지음·롤러코스터·1만7800원
오물풍선과 대북전단 등으로 대치국면에 있는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 전쟁터에서 인공지능(AI) 무기는 어떻게 통제하며 기후재난의 대처법은 무엇일까. 학계, 언론, 국제기구,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14명이 여러 위기의 평화적 해법을 모색한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창비·1만8000원
김금희 작가의 첫 역사소설이다. 동양 최대 유리온실이었던 창경궁 대온실을 수리하면서 그 안의 비밀이 드러나고 과거와 현재가 엮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건축물을 수리하듯 아픈 역사의 순간을, 상처받은 인생의 순간을 수리하고 재건하는 이야기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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