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와 남극 사이 드레이크해협-바람이 일으키는 풍랑, 파도[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5)
2024. 10. 9. 06:04
2020년 남극에 갔을 때 거칠기로 유명한 남빙양의 드레이크해협에서 붉게 칠한 배 한 척을 만났다. 사납게 날뛰기 시작하던 파도는 하얗게 부서지며 큰 소리와 함께 배로 뛰어들었다. 거친 바다와 싸우는 뱃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 인생이 거친 바다를 지나는 항해와 같은 것이 아닐까.
파도는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진다. 수심이 낮은 해안으로 파도가 오면 아래쪽은 바닥과의 마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는데 위쪽은 이보다 더 빠르다. 파도의 봉우리는 앞으로 넘어지고 넘어진 봉우리들이 겹친다. 파도를 보면 물결이 해안 쪽으로 전진하는 것 같지만 사실 바닷물은 그 자리에서 원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줄의 양쪽 끝을 잡고 흔들면 줄은 그 자리에 있고 진동만 전달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파도에도 나이가 있다. 날카로운 형체에 거친 모양이 뚜렷하면 그것은 젊은 파도다. 가까운 곳에 있는 폭풍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해안을 향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진입하고, 진행 방향 전체에 걸쳐 마루가 높은 둥근 물결이면 그것은 먼 곳에서 온 파도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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