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들 기술창업 두려움 커… 재능 꽃피울 수 있는 토양 만들 것” [차 한잔 나누며]

채명준 2024. 10.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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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재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장
남성 기술창업수보다 35% 적어
매년 증가 추세에도 아직 먼 길
ICT 멘토링, 리더 육성 등 역점
보안회사 등과 딥페이크TF 발족
“심리 상담전문가 양성 등 앞장”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주목받는 시대지만 기술기반 여성 창업자가 총 10만명이 안 됩니다. 그들이 뿌리내릴 토양을 위한 거름이 되려 합니다.”

7일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한아여) 사무실에서 만난 김덕재 회장이 고심 끝에 꺼낸 첫마디였다.
김덕재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이 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협회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여성기술창업 건수는 9만9000건으로 남성기술창업(13만6000건) 대비 35%가량 적다. 매년 여성 창업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김 회장이 한아여 회원으로 13년여간 활동하며 느낀 현 상황의 근본적 원인은 ‘환경’이다. 그는 재능이 있으면서도 창업은 딴 세상 일인 듯 생각하는 여성들을 수없이 마주쳤다고 한다.

김 회장은 “여성 정보기술(IT)기업인이 많아지려면 모방하거나 목표로 삼고 싶은 ‘롤모델’을 접할 기회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여성 기업인의 수도, 만날 기회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실이 한아여가 여성 IT기업인을 모으고 키우는 ‘구심점’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그리는 청사진은 ‘여성 IT기업인→한아여→여학생·성인·경력단절여성→여성 IT기업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김 회장은 “대학생, 경단녀들에게 여러 차례 창업을 제안해봤지만 미지(未知)로 인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술 창업 CEO(최고경영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아여는 현재 채용연계형 소프트웨어(SW) 전문인재양성, 이브와 정보통신기술(ICT) 멘토링, 차세대 ICT 여성리더 육성 사업 등을 운영 중이다. 김 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여성 창업자와 창업 꿈나무들의 격식 없는 만남인 ‘피맥데이’를 정기화하고 대학생뿐 아니라 미성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김 회장은 협회의 시스템화를 추진 중이다. 회장 임기가 2년인 협회의 특성상 회계, 인사 등 전반적인 협회 사무가 시스템화돼야만 연속성을 기반으로 회원사들의 신뢰를 받아 많은 회원 수를 늘릴 수 있다는 포석이다. 김 회장은 “신뢰는 예측 가능성에서 나오는데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신뢰할 수 있지 않겠냐”며 “협회는 회비로 운영되는 만큼 가능한 한 많은 회원사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한아여 성장에 첫걸음”이라고 했다.

정부 사업 확보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정부로부터 많은 사업을 확보할수록 협회의 영향력이 향상돼 회원사를 더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아여가 최근에 특히 집중하고 있는 사업 분야는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딥페이크’(불법 합성 이미지) 성범죄다.

한아여는 지난 8월6일 여성 창업 보안회사, 심리치료서비스 회사, 디지털 장의사 등과 함께 ‘딥페이크 테스크포스’를 발족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인 범죄의 특성상 여성의 관점에서 전문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 회장의 판단이 주효했다.

김 회장은 “현재 딥페이크 관련한 연구개발(R&D) 예산이 정부에 20억원 정도 책정돼 있는데 증액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딥페이크의 심각성을 가르치는 교육자 양성 과정과 데이터 삭제, 피해자 심리상담 전문가 양성 등이 필요하다. IT 여성 단체인 한아여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임기 동안 ‘청렴결백’하게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함께한 일본 여행에서 도시샤대학에 있는 윤동주 시비 방명록에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인물이 되겠다’고 적은 아들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 회장은 “국가에 헌신하겠다는 아들을 보며 나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며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방명록에 적었는데 한아여 회장 일을 하는 것도 이 다짐의 연속선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글·사진=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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