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항공운송산업, 남자는 비인두암 3배, 여자는 유방암 1.5배”

박근태 과학전문기자 2024. 10.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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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정책부장
“건강한 사람이 취업해 일반인과 차이 없어
남녀별 일부 암은 일반인보다 높아
항공기 탑승 인원만 따로 모아 조사 계획 중”
서성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정책부장은 “아직까지 항공운항산업 근로자들 사이에서 발병률이 높은 암의 발병 원인이 우주방사선 때문인지 과학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며 “현재 구축 중인 항공 승무원 코호트 구축이 끝나면 사망률을 포함해 항공 승무원의 피폭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항공기 승무원은 높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일하다 보니 우주방사선에 더 많이 노출된다. 올해도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항공기 승무원의 연간 방사선 피폭량이 일반인의 5배에 이른다는 결과가 공개됐다. 방사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서성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정책부장(책임연구원)은 지난달 7일 국제 학술지 ‘BMC공중보건’에 국내 항공운송산업 종사자들의 암 위험성을 평가한 논문을 공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전·현직 항공운송산업종사자 3만7011명을 대상으로 61종의 전체 암 발생 현황을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적 기간도 2002~2019년으로 역대 가장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추적 기간 중 항공운송산업 종사자의 5%가 암을 앓았는데 이는 국민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치다. 예상과 달리 방사선에 노출되기 쉬운 항공운송산업 종사자도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서 부장은 ‘건강한 근로자 효과’가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그는 “항공운송업계 종사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긴 하지만, 처음에 매우 건강한 상태에서 취업하고 직장검진 등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받다 보니 일반인보다 건강을 유지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체가 고에너지 방사선에 노출되면 세포가 손상되고 DNA가 바뀌어 조직과 장기에 영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한꺼번에 다량의 방사선에 맞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국내외 연구를 살펴보면 방사선에 대거 노출되면 백혈병, 중추신경계암, 대장암,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번 연구에서도 일부 암은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높게 나왔다. 남성 근로자는 입천장 뒷부분부터 생기는 비인두암이 일반인보다 약 3배, 혈액암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은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유방암과 생식기암을 합쳐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 부장은 “남녀 모두 발병률이 높은 같은 종류 암이 발견되지 않았고 백혈병처럼 방사선에 민감한 암에서 별다른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발병률이 높은 암의 발병 원인이 우주방사선 때문인지 과학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항공기 승무원 방사선 피폭 문제는 사회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서 부장 연구진의 연구도 역대 가장 긴 추적 기간에 진행됐지만 항공기 승무원 외에도 사무직과 정비직을 포함한 지상 근무자까지 포함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항공기 승무원만을 추적하는 코호트(집단 표본 조사) 연구는 진행형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승무원들이 비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기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 문제는 사회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것이 별로 없다. 서 부장은 “이번 연구도 역대 가장 긴 추적 기간을 조사했지만, 항공기 승무원 외에 사무직과 정비직을 포함한 지상 근무자까지 포함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승무원만을 추적하는 코호트(집단 표본 조사) 연구는 진행형이라 아직 실태를 알지 못한다.

서 부장은 우주방사선의 영향을 추적한 연구도 부족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해외 연구에서도 우주방사선량과 항공기 승무원의 암 발생 간 인과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비행 환경에 노출된 근로자들이 특정 암의 발병률이 높다는 점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항공기 승무원은 야간 장거리 비행과 불규칙한 근무 시간, 높은 고도와 좁은 근무 환경, 승객 응대 스트레스라는 다양한 유해요인에 노출된 드문 직업군이다. 서 부장은 “암 사망률을 포함해 다음 과제로 남아 있는 연구 주제가 많다”고 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 세계 항공 여행객은 50억명으로 지난해보다 4억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도 지난해 항공기 여객수가 1억 50만8875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우주방사선의 원인인 태양 활동도 활발하다. 서 부장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는 승무원의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직업을 선택했다고 볼 게 아니라 정부와 항공사를 포함해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항공기 승무원과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자 우주방사선의 건강 영향에 대한 데이터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부터 항공기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선량한도 기준을 강화했다. 지난해부터는 승무원 건강 영향 조사를 지원하는 법률도 개정했다. 서 부장은 “현재 구축 중인 항공기 승무원 코호트 구축이 끝나면 사망률을 포함해 피폭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정책과 관리 방안이 실효성이 있는지 지속해서 검토하고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해외 연구에서도 우주방사선량과 항공승무원 암 발생 인과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는 없다. 항공기 승무원은 야간 장거리 비행과 불규칙한 근무 스케쥴, 높은 고도와 좁은 근무 환경, 승객 응대 스트레스라는 복합적인 유해요인에 노출된 드문 직업군이다. 의료 접근성이 높은 직군의 경우는 조기 검진에 따른 암 발생률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 /하버드 TH 찬 보건대학원

참고 자료

BMC Public Health(2024), DOI : https://doi.org/10.1186/s12889-024-19904-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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