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바다]② 멍게 7억마리, 우럭 3200만마리 폐사… 고수온 덮친 양식장

세종=이신혜 기자 2024. 10.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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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넙치·우럭 양식 생산량, 1년 전보다 10% 넘게 줄어
일부해역서 표층수온 30℃ 이상 장기화돼 양식환경 ‘악화’
수과원 “고수온 내성 가진 육종품종 개발 중”
올해 수온이 크게 올라 남해안에서 양식하던 멍게가 모두 죽었습니다. 피해액이 10억원이 넘어요.
이종만 신나리수산 대표
한 어선에서 폐사한 멍게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제공

올여름 한반도를 덮친 무더위로 해수 온도가 급격히 오르면서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수온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해 지역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지난 7일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한 이종만 신나리수산 대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대표는 “3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멍게가 모두 죽었다”고 했다. 신나리수산은 남해안 통영과 거제 지역에서 멍게 양식을 주로 하는 수산업체다. 최근 동해 쪽으로 양식지를 넓혀가고 있지만, 핵심은 남해안 일대다. 지난해 매출은 4억원가량을 기록했다.

27년 동안 양식업에 종사해 온 이 대표는 “이번 여름 같은 고수온 피해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표층(바다 표면부)수온이 30℃ 내외까지 올랐다”며 “손 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정부에선 고수온특보가 내려지면 양식어가에 양식장에 얼음을 띄우거나 산소 공급을 늘릴 것을 권고한다. 이러한 방책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 “양식종자 3년 치 모두 폐사”… 횟집에서 멍게 사라지나

멍게 양식은 채묘부터 출하까지 약 3년이 걸린다고 한다. 1년은 채묘기로, 올챙이처럼 생긴 멍게 유충을 채묘장에서 1년간 키운다. 이후 2년 차에는 줄에 붙여 바다로 옮긴다. 멍게 성장 속도에 따라 자리를 옮겨가며 키운다. 바다에서 2년은 자라야 먹기 좋은 크기가 된다.

이 대표는 “출하를 앞둔 3년 차 멍게는 물론 성장 중인 2년 차 멍게까지 모두 폐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총 폐사한 양이 30줄(멍게를 양식할 때 사용하는 100m 길이 가로줄, 해수부는 1줄에 최대 14만2000마리까지 키우는 것을 인정한다)이다. 정상 출하해 팔았다면 10억원은 됐을 양”이라며 “더 큰 문제는 새끼를 낳을 어미 멍게까지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2~3년간 벌어들일 수입이 모두 사라진 것”이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멍게의 한계 수온은 26℃이다. 올해 남해 지역에는 해수온도 28℃가 넘는 고수온 특보가 10월 2일까지 71일 동안 지속됐다. 올해처럼 더위가 심했던 2022년 당시 고수온 특보 기간이 64일이었다. 2023년에는 57일로 전년 대비 일주일 가량 짧았다.

2022년 멍게 양식 생산량은 1만7400톤, 2023년엔 2만4693톤이었다. 고수온특보 일주일의 차이로 멍게 양식 생산량이 30%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수산업계에선 올해 멍게 생산량이 2022년보다도 큰 폭으로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가 계속돼 무더위가 심화할 경우, 5월부터 초여름까지 향긋한 바다향을 전해줄 국산 멍게를 맛보는 게 앞으론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어두운 관측이 나온다.

폐사한 우럭들. /빈종철 주영수산 대표 제공

◇ 한계수온 낮은 우럭 ‘직격타’… 무려 3230만마리 폐사

국내 최다 양식 어종인 조피볼락(우럭)의 피해도 컸다. 35년째 경남 남해 미조면에서 우럭과 참돔을 양식하는 빈종철 주영수산 대표는 키우던 우럭 250톤(t)중 150톤이 폐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는 “남은 우럭들은 돈이 안 되는 작은 새끼들”이라며 “폐사로 인한 피해금액은 15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빈 대표는 “지난해 매출액이 20억원 정도였고, 경비와 인건비로 15억~17억원이 들어가 겨우 흑자였는데 올해는 경비를 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해가두리양식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빈 대표는 “앞으로도 고수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사룟값도 폭등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다만 “그만두고 싶어도 정책자금 문제도 있고, 어장매매도 안 된다”며 “정부의 피해 지원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과원에 따르면 우럭의 적정 수온은 12~21℃ 사이다. 우럭이 생존할 수 있는 최대치를 말하는 ‘한계수온’은 28℃다. 우럭 다음으로 양식을 많이 하는 어종인 넙치의 적정 수온은 20~25℃ 사이, 한계수온은 29℃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고수온특보가 종료된 지난 2일까지 어민들이 신고한 우럭 폐사 피해 규모는 3237만8000마리에 달했다. 이 외에도 ▲말쥐치(469만7000마리) ▲넙치(442만5000마리) ▲강도다리(357만7000마리) ▲볼락(111만2000마리) ▲숭어(109만5000마리) ▲전복(73만7000마리) ▲고등어(42만2000마리) 폐사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멍게는 4820줄이 폐사했다. 한 줄당 14만마리의 멍게가 부착됐다고 하면, 6억7500만마리에 달하는 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수온 기간 역대 최대 규모 피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에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해는 2018년으로, 어류 6595만마리와 멍게 1193줄이 폐사했다.

지난달 7일 경남 통영시 한 양식장에서 어민이 폐사한 어류를 건져내고 있다. /연합뉴스

수과원 관계자는 “올해 수온이 30℃ 이상인 날이 길어져 양식 어종이 살기 힘든 환경이 조성됐다”며 “2018년부터 고수온 현상이 심해졌고, 올해 역시 일부 해역에서 수온이 30℃ 이상인 기간이 2주 이상 지속되며 양식업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되돌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와 수산업계에선 고수온에도 잘 견디는 양식어종 확보를 최우선 대책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수과원은 넙치, 우럭, 전복 등 주요 양식품종의 고수온 내성 강화를 연구 중이다. 양식 어종을 고수온에 노출시킨 후 생존한 개체를 선발하고, 이들의 유전 정보를 이어받은 후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고수온에 강한 아열대 어종과 국내 서식종을 교잡하여 고수온에서도 잘 자라는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도 연구 목표 중 하나다. 최근 대왕바리 수컷과 자바리 암컷을 교배하여 생산한 대왕자바리는 35℃의 수온에서도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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