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FTSE 세계국채지수 4수 끝 편입... “해외자금 90조 유입 기대”

강우량 기자 2024. 10. 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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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관찰대상국 지정 이후 2년 만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세계 최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지난 2022년 9월 편입 직전 단계인 ‘관찰 대상국’에 지정된 이후 2년 만이다.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한국을 세계국채지수에 편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편입 시점은 2025년 11월부터다. 세계국채지수(WGBI)는 미국·일본·영국 등 25개 주요국 국채가 포함돼 ‘선진국 국채클럽’으로 불린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이 지수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자금 규모가 2조5000억달러(약 33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에서 10위 안에 드는 국가들 중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인도 뿐이었다. 이번 발표에서 인도도 ‘신흥시장국채지수(EMGBI)’ 편입이 결정됐다.

FTSE 러셀은 매년 3월과 9월에 관찰 대상국 등의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 2년 전 관찰 대상국 지정 이후 4수 만에 편입에 성공한 것이다. 국채 발행 규모나 국가신용등급 등은 편입 조건을 갖췄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 시장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에 앞선 세 차례 도전에선 고배를 마셨다.

이날 FTSE 러셀은 “한국 정부는 국제 투자자들의 한국 국채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을 진행해왔다”며 편입 결정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외환 시장 개장 시간을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하던 것에서 새벽 2시로 연장했고, 6월에는 외국인이 별도의 국내 계좌를 만들 필요 없이 국고채에 투자할 수 있도록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를 개설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고, 해외 법인이 법인식별기호(LEI)를 통해 한국 국고채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FTSE 러셀은 새로 편입되는 한국 국채 규모가 전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2%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국채지수를 따르는 규모(2조5000억달러) 대비 환산하면 약 555조달러(74조원) 가량이 한국 국채 투자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추가적인 투자 등을 포함해 최대 90조원에 달하는 해외 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채 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한국 국채는 ‘디스카운트’(저평가) 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금리가 형성돼있었다. 지난해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세계국채지수 편입에 500억~600억달러 규모 자금이 유입될 경우 국채 금리가 0.2~0.6%포인트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따라 이자 비용도 연간 최대 1조1000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채 금리에 가산 금리를 붙인 회사채들도 덩달아 가격이 하락해, 채권 시장 전반이 안정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국채지수에 따르는 자금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자금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심각한 경제위기가 덮치지 않는 이상, 지수 편입국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진행된다. 그만큼 한국으로도 안정적인 해외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환시장 수급이 개선되고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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