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대통령 관저’ 감싸기 백태…말 바꾸기, 책임 전가, 위증 논란

김남일 기자 2024. 10. 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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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 발언 집중해부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기 전 환송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의 각종 불법 행위 등을 두고, 지난 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다 지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 바꾸기, 책임 전가식 태도로 일관했다. “∼로 보고받았다” “∼로 알고 있다”며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닌 아랫사람의 보고 문제로 떠넘기는 듯한 답변 태도를 반복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던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관저 이전 과정의 불법 등에 대해서는 “행안부에 알아보라”며 떠넘긴 바 있다. 2022년 청와대 이전 티에프(TF) 경호경비팀장을 맡았던 김 장관은 이 장관의 충암고 선배다.

이 장관은 행안위 국감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판사 출신인 이 장관이 위증 논란을 피하는 화법을 취했지만, 의도적·반복적인 일부 답변은 위증죄 처벌도 가능하다고 본다.

준공도면 말 바꾸기

“준공도면이 있다는 말은 안 했다”(이상민)→“청사관리본부장한테 물어보니 준공도면이 있었던 거로 알고 있다고 한다”(이상민)→“(준공도면) 존재를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청사관리본부장)→“얘기 들어보니 준공도면 자체는 있었다는 거 같다”(이상민)→“위증 결과가 될 것이다”→“직접 본 것은 아니다”(이상민)→“있었다고 확인했다”(청사관리본부장)→“위증 조처를 취하겠다”

이 장관은 관저 준공도면 존재 여부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집중 질의에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다. ‘준공도면이 있었다’는 답변은 ‘주어’를 김광휘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으로 바꿔 말했다. 위증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직접 본 것은 아니’라며 다시 김 본부장을 내세웠다. 김 본부장은 결국 ‘있다’도 아닌 “있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 장관 등의 답변과 달리 김건희 여사 개입 논란이 재점화한 관저 공사의 준공도면은 애초 없었다. ‘봐주기 끝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감사원조차 감사보고서에 이렇게 적고 있다.

“준공처리 과정에서는 실제 공사내용을 정확히 반영하는 준공도면을 시공·설계업체로부터 제출받지 않았고…”

“비서실과 행안부 등은 시공·설계업체로 하여금 실제 공사내역을 정확히 반영하는 준공 내역서와 준공도면을 다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지 않은 채…”

“실제 공사내역을 정확히 반영하는 준공도면이 없는 상태에서 준공처리를 하려다 보니…”

“비서실은 실제 공사내역을 정확히 반영하는 준공도면 등이 없으면 법령상의 절차에 따른 준공검사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가계약법 등은 민간업체가 공사를 마치면 담당 공무원과 해당 업체 관계자가 공사현장에 입회한 상태에서 설계서 등에 따라 제대로 지어졌는지 준공검사를 받게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준공도면이다. 이상민 장관은 “감사원 발표 내용은 ‘공사 내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준공도면은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보고서는 “실제 공사내역을 정확히 반영하는 준공도면은 없다”고 했는데, 이 장관은 이를 “실제 공사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부실한 준공도면은 있었다”고 뒤집어 해석한 것이다.

이 장관이 아무리 유리한 해석을 쥐어짜도 이는 법에서 규정한 준공도면이 아니다. 준공도면은 관저 공사가 모두 끝난 뒤 드레스룸·사우나실 등 증축 공간 등을 포함한 ‘최종 도면’을 말한다. 이 장관 주장과 달리 이런 준공도면은 없었다. 알고도 이를 말했다면 위증인데, 이 장관은 청사관리본부장을 앞세웠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김 본부장에 대해 위증 관련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7일 오전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증축 공사도 불법이었다

“인테리어 업체는 인테리어 부분만 하고 증축 부분은 증축 면허(종합건설면허)를 가진 업체가 따로 수행한 거로 보고받았다.”

“(21그램) 자격 요건을 확인한 결과 별문제가 없어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고받았다.”

이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이런 답변을 반복했다. 사실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와 얽혀 있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은 2022년 5월25일 계약 체결 이전에 증축·구조보강이 들어간 견적서를 두 차례(5월12일, 5월17일) 제출했다.

21그램은 인테리어 업체여서 증축·구조보강 공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행안부 파견 공사감독자는 “21그램 면허로 수행할 수 없는 증축 공사는 수행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21그램 역시 감사원에 “우리가 수행할 수 있는 공사가 아님은 알고 있었으나, 일단 구조보강 공사를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이 장관 답변과 달리 이후에도 관저 증축은 종합건설면허가 없는 무자격 업체가 불법으로 수행했다. 행안부 파견 공사감독자가 공사에 제동을 걸었는데, 이후 행안부가 아닌 21그램이 종합건설면허를 가진 ‘원담종합건설’을 직접 섭외했다. 실제 증축은 원담 황아무개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는 ‘에스오이디자인’에 넘겨졌다. 이 업체 역시 21그램처럼 종합건설면허가 없었다. 불법에 제동을 걸었더니, 다시 불법이 발생한 것이다. 에스오이디자인은 증축 관련 공사를 3개 업체에 다시 하도급을 줬는데, 이 가운데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말은 업체는 무자격 업체였다.

이 장관이 관저 공사 과정을 적극 방어하려다 감사보고서에 나온 내용까지 부정하는 상황에 이른 셈이다. 이 장관의 ‘사실 부정’은 이날 계속 반복됐다.

허가 다 받았다? 명백한 불법이다

“절차상 다소 하자는 있지만 받아야 할 허가라든지 다 받았고 안전에도 아무 문제는 없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

“불법 계약이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착공 신고 전에 공사 시작은 맞는 거 같은데 절차가 적절치 않지만 불법이라고 하기에는…”

거짓말이다. 이 장관과 주장과 달리 절차상 하자 정도가 아닌 명백한 불법이었고, 받아야 할 허가는 사후적으로 꿰맞추듯 이뤄졌다.

관저 공사는 국가계약법 등이 정한 절차를 제대로 지킨 것이 거의 없다. 설계→계약→시공→준공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거꾸로 시공→계약→설계를 했다. 무자격 업체인 21그램이 계약도 하기 전에 증축 견적서를 내고 공사에 착수했다. 시공이 끝나면 설계업체가 공사현장을 보고 설계도면을 그렸다. 이 때문에 감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핵심 절차인 준공검사는 아예 하지 않았다. 준공도면도 만들지 않았다. 구청에 제출하기 위해 하지도 않은 준공검사조서를 조작했다. 가짜 준공검사조서에 행안부 공무원 등으로 하여금 준공검사를 한 것처럼 서명하도록 했다. 준공검사조서에 서명한 이들은 감사원 조사에 “준공검사 절차는 하지 못했다” “준공검사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준공검사를 비서실 전문가가?

“준공은 비서실에서 12명의 전문가 확인을 거쳐서 꼼꼼하게 했다는 통보를 받고서 저희가(행안부가) 준공조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용산 비서실에서 12명의 전문가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행안부에 공문 형태로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을 믿고 서명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장관은 비서실에서 안전점검을 했기 때문에 발주처인 행안부에서 따로 준공검사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했다. 이 장관 주장과 달리 비서실 점검은 준공검사가 될 수 없다. 불법이다. 법에서 정한 준공검사는 발주처 공사감독자, 공사업체 관계자 등이 현장에 입회해 준공도면을 보고 이뤄져야 한다. 관저 공사와 관련해 법에서 규정한 준공검사는 없었다. 관련 준공검사조서를 조작까지 한 불법 행위가 명백한데도, “전문가” “꼼꼼” 등의 표현을 동원해 본질을 흐렸다.

비서실·경호처는 2022년 7월29일 자체적으로 건축·기계·전기·소방설비 등에 대한 ‘안전점검’을 했다며 그해 8월3일 행안부에 통보했다. 이 장관 주장처럼 비서실·경호처에 건축 관련 공종별 준공검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인력이 있을까. 감사보고서에는 “12명의 전문가”가 아닌 “12명의 인력”이 안전점검을 진행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들이 했다는 안전점검은 △도장(페인트칠) △방수 △상수도 가압펌프 등 작동 여부 △점등 불량 전기시설 △소방 감지기·수신기 점검 등이다.

준공검사는 내구성 등 건물 안전 점검이 핵심이다. 비서실·경호처가 했다는 ‘점검’은 건물 외부마감은 제대로 됐는지, 물은 안 새는지, 수돗물은 잘 나오는지, 전등은 켜지는지 확인하는 정도였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관저 건물은 1970년에 지어졌다. 증축은 무자격 업체가 수행했다. 관저 주거동에는 드레스룸·사우나실 등 대통령 부부 입장에서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공간이 증축됐다. 준공검사는 없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7일 오전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안시설? 관저는 불법업체 천국이었다

“대통령이 거주하는 시설에 대한 세세한 내역이 담겨 있는 국가안위에 대한 자료다. (국회에) 계약 자료 등을 제출할 수 없다.”

“국가안위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부분이니 행안부 공무원이 꼼꼼하게 못 한 부분이 있다.”

“불법 하도급 문제는 21그램이 행안부도 모르게 임의로 한 것이다.”

“인테리어 업자가 저희도 모르게 불법 하도급한 것인데….”

이 장관은 관저 계약·시공·준공 과정에서 비서실과 주고받은 문서·이메일 등을 제출하라는 국회 요구를 “국가안위에 직접 관련된다”며 거부했다. 국가안위를 그렇게 강조했지만, 정작 관저는 무자격·영세·불법 하도급 업체 수십곳이 드나들며 공사를 진행했다. 심지어 보안의 핵심인 관저 통신공사마저 정보통신공사면허가 없는 업체에 맡겨졌다.

이 장관은 “21그램이 행안부도 모르게 한 것”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국가안위와 관련한 가급 국가보안시설 공사를 ‘누가 추천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는 21그램에 통으로 맡겨 놓고선, 국가안위를 이유로 국회에는 자료 제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사 발주처인 행안부는 감사 초기인 2023년 초 비서실과 주고받은 문서·이메일, 21그램이 작성한 일지 형태의 공사 보고서, 행안부 자체 생산 문건 등을 감사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무자격 업체인 21그램에 공사 중단을 지시했던 비서실 공사감독관, 관저 허위 준공검사조서에 서명해야 했던 공무원들 모두 행안부 소속이다. 관가에서는 계약·시공·준공 과정에서 법규를 무시한 불법이 잇따라 발생하자, 관련 공무원들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내부보고서 형태로 이를 ‘문서화’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 장관은 이날 해당 공무원들을 국정감사에 출석시켜달라는 야당 행안위원들 요구에 “공직자라도 제가 출석을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

정치인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법조인은 8일 “이 장관의 국정감사 일부 발언은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비춰봐도 위증 가능성이 크다. 준공검사조서 조작 등과 관련해 고발 등으로 수사가 이뤄질 경우 이 장관은 직권남용 혐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7일 오전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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