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의 7개 핵심 격전지 [김동기의 월드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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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적 불확실성 매우 커졌다. 우리의 미래 또한 국제적 흐름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이 흐름의 실상과 방향을 읽어 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미국은 대선에서 주마다 유권자가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거인단 숫자는 하원의원 수와 상원의원 수를 합한 535명에 수도 워싱턴이 있는 컬럼비아구에 배정된 3명을 더해 총 538명이다.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당선된다. 네브래스카주와 메인주는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눈다. 나머지 지역은 한 표라도 더 득표한 후보가 선거인단을 독식한다. 그 결과, 와이오밍주의 선거인 1명은 유권자 19만5,000명을 대표하는 반면 텍사스주의 선거인 1명은 76만3,000명을 대표한다.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본래 선거인단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작은 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소수의 표가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다. 조지 W. 부시는 2000년 플로리다에서 불과 537표 차이로 이기고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해 전국 유권자 득표 수는 적었지만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 2000년과 2016년, 38개 주는 대선에서 내리 특정 정당만 선택했다. 이 주들을 제외한 나머지 주들 중 민주, 공화 양당의 경쟁이 치열한 경합주가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정치성향을 가지 유권자들이 혼재한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에서 각각 득표율 1% 미만 차이로 승리한 덕분에 당선됐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은 조지아주에서 0.2%포인트, 위스콘신주에서 0.6%포인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2%포인트, 네바다주에서 2.4%포인트, 미시건주에서 2.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이 6개 격전지에서 트럼프보다 더 얻은 31만1,000표 때문에 당선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만 1.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이 7개 주가 올해 대선에서도 핵심적인 경합주다.
경합주에서도 모든 유권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햄린대학(Hamline University) 데이비드 슐츠 교수는 경합주 내의 경합카운티가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5개 주 5개 카운티의 투표자 중 약 5%, 즉 약 15만 명의 투표자가 이번 대선을 결정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는 실제 투표를 할 것으로 추정되는 약 1억6,000만 명의 0.1%도 안 된다.
경합주에서 유리한 정치지형을 만들기 위해 바이든 정부는 노력한다. 2022년 클린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약 1,5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 중 거의 절반인 630억 달러가 7개 경합주에 가기로 돼 있다. 5만 개 이상의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진척은 느려서 그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
도리어 7개 경합주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침체로부터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3년 말 위스콘신주의 1인당 실질 GDP는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0.7% 낮다. 펜실베이니아는 2019년에 비해 겨우 0.9% 상승했는데, 비경합주들의 상승률 6.3%에 비하면 저조하다.
무엇보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소득증가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 시민들의 고통이 컸다. 게다가 7개 경합주에서 중간 정도 수준 주택에 대한 모기지 월 납부액이 2016년 이후 거의 두 배로 상승했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운영 성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리스가 넘어야 할 최대 장애물이다. 주요 이슈가 된 불법이민 문제도 이민자들의 저임금 노동으로 임금하락 압력이 커지고 일자리가 줄어들자 주민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임신중지(낙태)권 보장도 큰 이슈이기는 하지만 이번 대선의 경합주들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먹고사는 문제다. 유권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누가 더 적합하다고 보는지가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르게 될 것이다.
김동기 작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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