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넷플릭스·쿠팡·디즈니… “중도해지가 안 되네”

권순완 기자 2024. 10. 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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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OTT 6곳 조사 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유료 구독하던 회사원 A씨는 최근 구독을 해지했다. 앱에 들어가 해지 버튼을 누르니 “(다음 결제일인) 10월 16일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환불은 불가합니다”는 안내가 나왔다. 그저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만약 A씨가 디즈니플러스 고객센터에 따로 연락해 “16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해지(중도해지)하고 싶다”고 했다면, 나머지 기간에 대해 일부 환불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누구도 A씨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OTT들이 사실상 모두 유료 고객의 중도해지를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해지 제도를 운영해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실상 이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중도해지권은 소비자가 다음 유료 결제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언제든지 서비스를 끊고 일부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제재를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제도를 도입한 결과”란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이진영

8일 한국소비자원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은 공동으로 유튜브·넷플릭스·티빙·쿠팡플레이·웨이브·디즈니플러스 등 국내 6대 OTT 사업자의 중도해지권 보장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조사의 초점은 OTT 소비자의 중도해지가 가능한지, 또 중도해지권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해지는 크게 ‘일반 해지’와 ‘중도해지’로 나뉜다. 일반 해지는 통상 한 달 주기로 돌아오는 다음 결제일까지 이용하고 해지하는 것이고, 중도해지는 당장 해지하고 일부 환불받는 것이다. 현행법상 소비자의 일반해지권은 물론 중도해지권도 보장된다는 것이 소비자 보호 당국의 시각이다.

◇중도해지 운영하지만 사실상 숨겨

소비자원 등의 조사 결과, 사업자 6곳 가운데 유튜브·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 등 4곳은 중도해지 제도를 명목상 운영했지만 실질적으론 소비자가 이용하기 어렵게 돼 있었다. 일반 해지는 앱으로 할 수 있으나, 중도해지를 하려면 회사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채팅 상담을 거쳐야 하는 등 별도의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다. 해지할 때 ‘중도해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소비자에게 따로 알리지 않았다.

구독 약관과 홈페이지 등에 중도해지 방식 등을 설명해 놓긴 했지만, 소비자가 별도로 찾아봐야 했다. 대부분 소비자가 앱에서 해지 버튼을 누른다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중도해지’를 숨겨서 소비자를 속이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중도해지를 형식적으로 도입하긴 했으나, 소비자가 별다른 배경 지식 없이도 중도해지할 수 있도록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지는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2곳인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는 아예 중도해지를 할 수 없었다. 넷플릭스는 일반 해지만 가능했다. 한 번 구독하면 다음 결제일까지는 무조건 구독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쿠팡플레이는 현재 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의 유료 서비스(와우 회원)과 결합돼 있어, 쿠팡플레이만 단독 해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쿠팡플레이만 따로 떼서 일반·중도해지가 모두 불가능한 셈이다.

◇10명 중 4명은 “중도해지가 뭐지?”

실제 많은 소비자들은 OTT가 중도해지를 포함한 해지 관련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봤다. 소비자원이 소비자 1200명에게 ‘OTT가 해지 방법을 잘 설명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아니요’가 37.8%로 ‘예’(20.9%)보다 많았다. 또 중도해지와 일반 해지의 차이를 모른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37%에 달했다. 10명 중 4명은 몰라서 중도해지를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편 상담도 계약 해지 관련이 가장 많았다. 최근 3년간 소비자상담센터에 들어온 6개사 OTT 관련 상담 732건 중에 344건(47%)이 계약 해지와 위약금 등에 관한 것이었다. 소비자원은 OTT 사업자들에게 앞으로 중도해지권을 도입하고,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안내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유튜브는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선 학생·가족 할인 등 각종 할인 요금제를 운용하면서 국내에선 ‘단일 요금제’만 적용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국내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셈이다. 소비자원은 “유튜브가 국내에서도 할인 요금제 도입 등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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