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7000만 모은 ‘문유’·베트남표 ‘극한직업’… “나가야 산다”

백수진 기자 2024. 10. 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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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해진 글로벌 공동 제작
한국 웹툰 '문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중국 영화 '독행월구'. 국내에선 '문맨'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11일까지 열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국제 공동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듀서 허브’가 새롭게 출범했다. 다국적 프로듀서들이 모여 국가별 시장 동향과 투자·제작·촬영 등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 영화진흥위원회와 BIFF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 신설한 프로젝트로 5~7일 사흘 동안 미국·일본·대만·인도·스페인·이탈리아 등 20국 123명의 프로듀서가 참가했다.

5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콘텐츠&필름마켓에서 열린 '프로듀서 스피드 미팅'에 참석한 다국적 프로듀서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6일에는 한국과의 협업을 원하는 해외 프로듀서들에게 국제 공동 제작 현황과 전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열렸다. CJ ENM은 베트남에서 영화 ‘극한직업’을 현지화해 리메이크한 사례를 공유했다. 베트남판 ‘수상한 그녀’ ’써니’ 등의 잇따른 성공으로 한국 영화 리메이크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색다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베트남 인기 웹드라마 속 은퇴한 형사 캐릭터를 ‘극한직업’에 가져와 각색하고, 배우도 그대로 캐스팅하면서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초창기엔 리메이크에 집중했다면, 요즘은 현지 창작자들과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례도 늘었다. CJ ENM이 인도네시아의 조코 안와르 감독과 제작한 영화 ‘사탄의 숭배자’는 현지 흥행 후 할리우드 리메이크까지 준비 중이다. 김현우 CJ ENM 총괄 프로듀서는 “기존에는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서 리메이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반대로 해외에서 개발한 콘텐츠를 한국이나 미국에서 현지화시키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영화 '극한직업'을 리메이크한 베트남 영화 '매우 쉬운 일'. /CJ ENM

쇼박스는 ‘곡성’ 나홍진 감독이 기획·제작하고 ‘셔터’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연출한 공포 영화 ‘랑종’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과 태국의 공포 거장이 뭉친 ‘랑종’은 20억원대 제작비로 양국에서 흥행을 거뒀다. 초기에는 ‘곡성’ 속 무당 일광(황정민)의 전사(前事)로 기획됐으나,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실험적인 형식으로 국내에선 제작이 어렵다고 판단해 태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웹툰 IP(지식재산권)를 해외에서 영화화해 성공을 거둔 사례도 늘고 있다. 쇼박스는 조석 작가의 SF 웹툰 ‘문유’를 중국에서 영화화해 7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웹툰 ‘닭강정’도 중국 영화로 개발 중이다.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 완성작의 직접 수출은 어렵지만, 리메이크나 영화화 판권 수출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안정원 쇼박스 해외 사업 총괄 이사는 “한국에서 흥행하기 어려운 SF, 판타지 같은 장르는 해외 시장에 가져가서 승부를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와 ‘태양의 후예’ 제작자인 서우식 대표가 함께 설립한 바른손씨앤씨는 이제 막 해외 공동 제작에 뛰어든 신생 제작사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인도네시아의 유명 감독 하눙 브라만티오와 함께 내년 초 영화로 제작할 계획이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 미국이 작품의 배경이고 한국·미국 배우가 주연인 영화 ‘선셋 파크’도 개발 중이다. 성소수자(LGBTQ)와 관련된 이야기라 국내에서 쉽사리 영화화하지 못하던 차에, 싱가포르 앤서니 첸 감독이 각색을 맡으면서 글로벌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김희전 바른손씨앤씨 프로듀서는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자국 영화 시장이 힘들다 보니 예전엔 굳이 할 필요 없었던 공동 제작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시대의 변화로 국경을 초월한 콘텐츠도 늘어나면서, 국내용으로 개발하던 IP를 해외로 돌리거나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기획하는 IP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콘텐츠 업계 불황으로 인한 영화인들의 위기감이 느껴졌다. 곳곳에서 제작비 상승, 수익성 악화, 투자·제작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법으로는 제작비 절감, 글로벌 진출, 신인 창작자 발굴 등이 제시됐다. 4일 열린 ‘CJ 무비 포럼’에서는 CJ ENM·CGV·스튜디오 드래곤·티빙 등 CJ 계열사 경영진들이 모여 콘텐츠 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제작비 절감. 서장호 CJ ENM 콘텐츠 유통사업부장은 “제작과 유통 전반에 걸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제작비를 효율화해야 한다”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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