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美 스타벅스 침체의 교훈
요즘 내 휴대전화에 가장 많이 보내오는 알람의 주인공은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지난 5월엔 금요일마다 음료를 50%씩 싸게 마시라고 알려오더니 지금은 사이즈와 관계없이 10달러에 두 잔을 마실 수 있다고 유혹한다. 살인적인 뉴욕 물가를 생각하면 솔깃한 제안이다. 한국에서는 긴 줄을 설 정도로 인기 있는 스타벅스가 미국에서는 왜 자꾸 ‘사 마시라’며 애걸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는 위기를 맞고 있다. 스타벅스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2024 회계연도 2,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들은 더 이상 스타벅스만 찾지 않는다. 오히려 스타트업 커피 전문점 ‘블랭크 스트리트’가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쁘다. 침체가 길어지자 스타벅스는 선임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대표를 갈아치웠다. 손님이 떠나자 가격을 낮추고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는 인기 하락 이유에 대해 높은 가격,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벅스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기는커녕, 패스트푸드 업체처럼 고객이 드라이브 스루로 커피를 받아 떠나게 했다. 매장에서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에서 기성품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음료나 베이커리 메뉴도 다른 카페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가격은 높으니 고객들은 굳이 스타벅스를 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부활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곳도 있다.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 앤드 피치’는 2000년대 초까지 큰 인기를 끌다 2000년 중반부터 급격히 무너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매출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가 “지금은 이 브랜드가 대세”라며 놀랄 정도다. 아베크롬비의 무기는 ‘변화’였다. 젊고 날씬한 사람만 대상으로 장사하던 기존 전략을 버렸다. 고객 요구에 맞춰 사이즈와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매장 내 불빛과 음악까지 싹 다 바꿨다. 과거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지만 고객 만족도는 높아졌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홀로 바뀌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은 부동의 진리다. 치열한 커피 시장에서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현재 스타벅스가 겪는 위기의 본질일 것이다. 2018년부터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을 맡은 맥스 홀라인은 다양성을 무기로 미술관을 과감하게 개혁해 호평받았다. 그 결과 작년부터 CEO도 겸직하게 됐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그에게 “거대 미술관이어서 변화가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변화는 무엇보다 복잡하고 달성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발전을 이루고 싶다면 결코 변화를 포기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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