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미의감성엽서] 오늘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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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새날이 밝아온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새날이 밝아온다는 것은 언제나 경건하고 아름답다.
그 쓸쓸함을 잠시 잊으려 오늘도 나는 산책길에 오르고, 그 끝에서 다시 한 번 깊은 아픔과도 같은 이 시대를 마치 친한 동료처럼 감싸 안는다.
그 문제에서조차 자유로워지고 싶어 오늘도 나는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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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동안만은 오롯이 골목이 만들어내는 풍경에만 집중하자며 아주 작은 비행기처럼 귀여운 잠자리들과 드문드문 혹은 옹기종기 핀 반가운 코스모스꽃들과 누군가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평화롭다. 휴일 아침이 주는 평화. 그 평화에 기대어 김종삼 시인의 시, ‘평화롭게’를 입속으로 외워 본다. “하루를 살아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이틀을 살더라도/ 사흘을 살더라도 평화롭게// 그런 날들이/ 그날들이/ 영원토록 평화롭게--”
모든 문제의 기본은 우리 인간들에 의해 생긴 문제들. 그 문제에서조차 자유로워지고 싶어 오늘도 나는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 집으로 향한다. 가을 하늘은 높고 청명하고, 구름들은 제각각 숨은그림찾기 놀이에 취해 있다. 가까운 곳에서 교회 종소리가 들려온다. 삼삼오오 성경책을 든 사람들이 지나간다.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나 역시 그 행렬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애도의 마음으로 우두커니 하늘을 또 한 번 우러른다. 오늘도 여전히 평화롭게 보이는 골목 끝 어디쯤에서.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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