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일회용컵 유상판매 검토…국감서 내부문서 공개(종합)
기후대응댐 '제2의 4대강' 지적…환경장관 "토목세력 위한다면 사퇴"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환경부가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컵을 유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품 보증금제를 폐기하고 무상제공 금지를 추진하는 정책으로 선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논란이 일자 "당장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환경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환경부는 일회용컵 무상 제공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 2022년 시행해 2025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시민 불편 및 혼란 등을 이유로 제주와 세종에서만 축소해 시범운영 중이다.
강 의원은 "(문건을 보면) 일회용컵 무상금 제공금지 정책을 추진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전국 시행을 하지 않고 지자체나 민간의 판단에 맡긴다(고 나와있다)"면서 "그러니까 지금 환경부는 내부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 추진 중단을 결정한 것이고, 대신 카페 등에서 무상 제공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 일회용컵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비용을 더 받고 팔겠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적극 활용"하거나 "언론 간담회, 국회의원 면담 등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컵보증금제 도입국가가 전무(全無)", "무상제공 금지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내비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강 의원이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적극 활용한다는 (문건의) 내용 중 우군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묻자 김완섭 장관은 당황하며 이병화 차관 쪽을 향해 "저게(문건) 어디서 나온 건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문건에는 구체적인 계획도 담기면서 '여론전 의혹'도 낳았다. 내부 문건에는 국감 전후로 소상공인 및 관련업계가 국회를 대상으로 문제 제기토록 유도, 자원순환시민연대가 지지표명 유도(10월), 여야가 각각 발의하도록 한 후 병합심사 유도 등이 담겼다.
야당의원들의 질타에 김 장관은 "일회용컵 보증금이나 일회용컵 소송 관련해서는 인사청문회 때부터 마음에 무겁게 가지고 있던 이슈 중의 하나여서 좀 속도를 내고자 여러 가지 생각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으로 확대해서 하게 되면 소상공인 부담이 1000억원이 넘고, 지금 현재 시스템대로 하면 사회적인 비용 부담이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생각한 대안 중 하나는 일단 의지가 있는 지자체는 법적으로 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전국으로 다 무조건 강제시키기가 어렵다는 거지, 하겠다는 곳까지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현행 제도가 소비자들이나 소상공인들께서 수행하기에 힘든 설계"라며 "조금 더 편리하고 수용성이 높은 방향으로 가면서 일회용컵 회수가 잘되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유럽의 경우 무상 제공을 금지하고 필요하면 돈으로 사라는 제도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장 보러 갔을 때 비닐봉투도 (구매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 과정,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제도를 지금 (정부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기후대응댐이 '제2의 4대강'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사실이 아니다"며 "만약에 기후대응댐이 토목 세력을 위해 하는 취지라면 책임지고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기후댐이) 4대강 사업 2탄으로 댐 14개를 끼어 토목 사업을 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같은당 이용우 의원은 "불필요한 댐 14개를 기후대응으로 포장해서 환경의 이름으로 토목공사를 일으켰다. 물 정책을 후퇴시켰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장관은 "14개를 갑자기 명령받고 그런 건 진짜 아니다"면서 "만약 어디서 그런 증거가 나온다고 하면 사퇴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14개 후보지에서 제외된 지자체 중 지자체장이 저한테 지금도 댐을 지어달라고 문자가 온다"며 "꼭 필요한 곳에 (댐 신설을) 하는 거지, 필요 없는데 무조건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생활 폐기물 분리배출 O·X 문제도 출제됐다. 복잡한 분리배출 분류·방식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 장관도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박홍배 민주당 의원이 "즉석밥 용기는 플라스틱으로 배출해야 되는가"라고 묻자 "플라스틱 밥을 잘 안 먹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고, 멸균팩 재활용 표기가 '재활용 어려움'으로 되어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해서는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진현철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의 요청으로 출석한 진 씨는 6년 9개월동안 근무하다 급성 백혈골수암에 걸려 현재까지 투병 중이다.
진씨는 "제가 근무할 때 제련소 주변 산의 나무들이 다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저는 제련소에서 나는 독한 냄새를 직접 마시며 일을 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환노위 여야 의원들은 석포제련소의 환경 오염 문제 질의를 위해 영풍의 실질적인 사주인 장형진 고문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고령과 질병,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24일 종합감사에서 장 고문을 다시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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