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의 결정적 3점포, 손주영의 5.1이닝 역투… LG, PO 진출 확률 100% 거머쥐었다

남정훈 2024. 10. 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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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와 KT의 2024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가 열린 8일 수원 KT위즈파크. 2차전까지 1승1패로 팽팽히 맞선 두 팀에겐 3차전이 이번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다. 역대 5전3승제로 열린 준PO에서 2차전까지 1승1패로 진행된 것은 여섯 차례로, 3차전 승리팀이 모두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성공했다.

8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5회초 1사 1, 2루 LG 오스틴이 3점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확률 100%를 잡기 위해 LG 염경엽 감독은 타순을 소폭 조정했다. 1,2차전에서 6번으로 나서던 포수 박동원을 5번 중심타선으로 올리고, 5번을 치던 유격수 오지환은 6번으로 맞바꿨다. KT 선발이 좌완인 벤자민이기 때문에 우타자인 박동원을 전진 배치한 것도 있지만, ‘빅볼’(홈런 등 장타로 다득점을 노리는 플레이스타일)을 위해서였다. 경기 전 염 감독은 “경기장이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 홈구장에선 거침없이 뛰는 ‘스몰볼’(번트, 도루 등 작전으로 점수를 노리는 야구)을 했다면, 수원에 왔으니 ‘빅볼’을 해야하지 않겠나. 우리 타선에는 언제든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타자가 5~6명이 있다. 빅볼 야구가 잘 된다면 경기가 잘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의 기대는 적중했다. LG가 화끈한 빅볼 야구와 두 번째 투수로 나서 완벽투를 펼쳐보인 손주영의 활약을 앞세워 KT를 6-5으로 제압했다. 1차전 패배 후 2,3차전을 내리 잡으며 시리즈 전적을 2승1패로 만든 LG는 PO 진출 확률 100%를 손에 넣었다. 두 팀의 준PO 4차전은 9일 오후 2시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다. LG는 선발로 디트릭 엔스, KT는 윌리엄 쿠에바스를 예고했다.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2회초 1사 주자 없을 때 LG 박동원이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염 감독이 5번으로 타순을 올린 박동원은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벤자민의 시속 132km짜리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후 양팀은 치열한 난타전을 주고 받았고, 4회까지는 KT가 3-2 박빙의 리드를 잡았다.

시소 게임 상황을 단숨에 뒤집은 것은 LG의 화끈한 홈런포 한 방이었다. 2차전에서 수비 실책만 4개를 저지르며 자멸했던 KT는 5회 수비에서 또 한 번 결정적인 수비 실책이 화근이 됐다. LG 선두타자 문성주의 평범한 1루수 파울 플라이를 오재일이 놓치는 실책을 범했고, 벤자민은 결국 문성주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후 홍창기의 안타로 LG는 1사 1,2루의 기회를 잡았고 타석에는 오스틴이 들어섰다.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9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LG 오스틴이 우전안타를 치고 1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스틴은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132타점으로 LG 구단 역사상 KBO리그 첫 타점왕에 오른 선수. KBO리그 입성 첫 해인 지난해 23홈런을 때려냈던 오스틴은 올 시즌엔 32홈런을 터뜨리며 장타력에서도 일취월장한 기량은 뽐낸 바 있다. 이 기세가 이번 가을에도 계속 되는 모양새다. 오스틴은 벤자민의 초구 시속 141km짜리 커터가 몸쪽 낮은 코스로 잘 들어온 것을 그대로 걷어올렸고, 이 타구는 무려 130m를 날아가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마치 지난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벤자민을 상대로 선제 3점포를 때려냈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했다. 오스틴의 데자뷔 같은 석 점짜리 대포 한 방으로 순식간에 분위기는 LG로 넘어갔다. LG는 6회에도 1사 1,3루 기회에서 홍창기의 희생플라이가 터져나오며 점수차를 6-3으로 벌리며 승기를 제대로 잡았다.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6회말 LG 투수 손주영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운드에서는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좌완 손주영이 반짝반짝 빛났다. 선발로 나선 최원태가 2.2이닝 5피안타 3실점(2자책)으로 부진하며 일찌감치 마운드를 떠난 상황. 염 감독은 데뷔 8년차 만에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차며 올 시즌 9승10패 평균자책점 3.79로 맹활약한 손주영을 두 번째 투수로 올렸다. 191cm 장신의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직구가 위력적인 손주영을 앞세워 최대한 긴 이닝을 끌고 가겠다는 복안이었다.

염 감독의 기대대로 손주영은 최원태를 두들기며 불타오르던 KT 타선의 불꽃을 제대로 진화했다.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5.1이닝 동안 피안타 단 2개만 허용하며 탈삼진 6개를 곁들여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승리를 챙긴 손주영은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LG 염경엽 감독이 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릴 kit wiz와 준PO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KT는 믿었던 ‘LG 킬러’ 벤자민이 5이닝 6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승리 뒤 내리 4경기를 졌던 악몽이 떠오르는 모양새다. 3-6으로 뒤진 9회 1사 2루에서 배정대가 LG 마무리 유영찬에게 투런포를 때려내며 한 점차까지 따라붙었지만, 구원 등판에 나선 에르난데스가 아웃카운트 2개를 착실히 잡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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