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이·하마스 전쟁 1년이 남긴 것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 비극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지난 7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년을 맞았다. 그동안 휴전협상의 노력과 전 세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반으로 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한 분쟁은 서안지역을 넘어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어지면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사망자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레바논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사흘 동안에만 의료진 50명이 사망했으며, 최근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3주 동안 레바논에서의 사상자가 1만2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1년, 앞으로 이 전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를 끊임없이 위협했던 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세력,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란까지, 소위 ‘시아 벨트’와 ‘저항의 축’들에 대한 전면전까지 불사하고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도부는 물론 전멸을 목표로 지상전 개시 이래 가장 격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대선을 앞둔 혼란의 시기를 틈타 이란 핵시설 공격이라는 카드까지 만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란도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 표적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미사일 180여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습하기도 했다. 최근 4년 만에 금요예배를 관장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완전히 합법”이라 주장하며,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레바논 그리고 이란의 국민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전쟁의 참상을 겪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겪고 있다. 4만1870명. 지난 1년 동안 가자지구 안에서만 이 비현실적인 숫자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여기에 이스라엘 1200명, 그리고 레바논의 2000명 넘는 사망자까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역내에서만 한 해 동안 사망한 사람이 4만5000명에 육박한다. 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난민만 190만명에 이른다. 지금 당장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이 전쟁의 여파는 수년 동안 계속될 것이다.
전쟁 발발 1년의 시점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나날이 늘어나는 민간인 사상자 수에 우리 모두가 둔감해지는 것이다.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시인 모사부 아부 토하는 가자지구 내 사망자 수가 거짓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은 죽음 후에도 죽음을 거부당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살아서 죽는다”고 토로했다.
더 이상 어린아이를 비롯한 무고한 희생자가 팔레스타인, 레바논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지난 주말 내내 서울을 비롯해 워싱턴, 뉴욕, 도쿄, 런던, 파리, 로마, 자카르타 등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 반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이어졌다. 전쟁 발발 1년이 된 7일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레바논에서는 포성이 멈추지 않았다. 세계 전역에서 울려퍼진 시위대들의 외침이 더 이상 허울뿐인 구호에 머물지 않도록 종전을 위해 보다 즉각적인 국제적 개입이 절실한 때이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은반 위 울려퍼진 섬뜩한 “무궁화꽃이~”···‘오징어게임’ 피겨 연기로 그랑프리 쇼트 2위
- ‘신의 인플루언서’ MZ세대 최초의 성인···유해 일부 한국에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