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관세' EU에 브랜디로 보복…EU "WTO 이의제기"(종합2보)
(서울·파리·브뤼셀·베이징=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송진원 정빛나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유럽연합(EU)산 브랜디에 대한 임시 반덤핑 조치를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EU가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최고 45.3%로 확정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EU산 수입 브랜디에 대한 임시 반덤핑 조치 시행에 관한 공고'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상무부는 "EU산 수입 브랜디에 덤핑이 있어 국내 브랜디 산업이 상당한 피해를 볼 우려가 있으며 덤핑과 실질적 피해 위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예비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부터 EU산 브랜디 수입업체들은 예비 판정에서 결정된 비율에 따라 중국 세관에 예치금을 내야 한다. 이는 관세와 비슷한 조치로 수입 비용이 커진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중국은 (EU산) 수입 대배기량 내연기관차 관세 인상 등 조치도 연구하고 있다"며 '전선 확대'를 시사했고 이후 재차 배포한 입장문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와 기타 자동차에 4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튀르키예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EU가 작년 10월 중국산 전기차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이후 반발하다 올해 1월 EU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다.
반덤핑 조사 대상은 '200L 이하 용기에 담긴 포도주를 증류해 얻은 증류주(브랜디)'로 특정됐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중국이 코냑 등 프랑스산 브랜디를 정면 겨냥했다고 풀이했다. 프랑스는 EU 내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어 6월에는 EU산 돼지고기 반덤핑 조사를, 8월엔 EU산 유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발표했고, EU는 중국의 잇단 조치가 사실상 무역 보복이라 보고 WTO에 분쟁 절차를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EU 회원국들을 개별 접촉하며 '우군' 확보에 나섰으나 EU는 지난 4일 27개 회원국 투표를 통해 이달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확정관세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10개국이 찬성했고 독일과 헝가리 등 5개국이 반대표를 던진 가운데, 나머지 12개국은 사실상 찬성으로 간주하는 기권표를 던졌다.
투표 가결로 기존 일반 관세 10%에 더해 7.8∼35.3%포인트(p)의 추가 관세율이 부과된다. 최종 관세율은 17.8%∼45.3%로, 이달 31일부터 5년간 적용된다.
EU는 중국과 협상은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협상이 타결되면 확정관세 부과가 중단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중국중앙TV(CCTV)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지난 5일 게시물에서 "7일 중국과 EU 양측이 새로운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날 중국의 브랜디 보복 조치가 발표되자 EU는 즉각 반발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EU산 브랜디 수입품에 대한 잠정적 반덤핑 조처에 대해 WTO에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 대변인은 "이러한(반덤핑) 조치는 근거가 없다고 본다"며 "우리는 무역구제 수단의 남용에 맞서 EU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관련 질의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상계관세 부과는 "공정하고 비례적"이라면서 중국이 보복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프랑스 소피 프리마 대외 무역부 장관도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이번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국제 무역 규칙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조치는 EU의 전기차 관세에 대한 보복"이라며 "EU와 협력해 WTO 차원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코냑산업협회 대변인도 로이터통신에 "이번 중국의 조치는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EU 계획에 대한 보복"이라며 "당국자들은 이런 관세 집행을 피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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