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휴대전화 전면 사용 제한은 인권침해’ 인권위 10년 판단, 이충상이 뒤집었다

전지현 기자 2024. 10. 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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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도 휴대전화 수거 “유감”
돌연 “장점 더 많아” 판단 바꿔
아동소위 맡아 기각 늘어날 듯

지난 10년간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전면 제한’을 학생인권 침해라고 판단해온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7일 기존 입장을 180도 바꾼 배경에는 아동권리위원회(아동소위) 위원장인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의 달라진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상임위원이 취임한 202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아동소위에서 인권침해를 인정한 학생 휴대전화 관련 진정 사건은 76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이후부터 인권위는 관련 진정 307건에 대해 일관되게 인권침해 결정을 내려왔다.

이 상임위원의 아동소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동소위는 지난 8월 부산의 한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등교 시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일과시간 동안 소지·사용을 금지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중학교에 같은 내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위가 판단을 바꾼 이번 사건에서도 실무진은 같은 판단을 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조사관은 ‘통신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 판단된다’는 기존의 인권위 결정례와 같은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상임위원은 “중고등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수거와 보관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으니 진정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전원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번 결정의 파장을 두고 전망은 엇갈린다. 이번 기각 결정이 ‘휴대전화 전면 사용 제한은 인권침해’라는 인권위의 오랜 판단을 뒤집는 결정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해당 학교의 규정상 사유로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일 뿐, 상황과 조건을 달리하는 사례에서는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남규선 상임위원은 “10년간 인권침해라고 판단해온 것이 깨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혼동을 막기 위해 결정문에 소수의견을 상세히 담을 것이라고 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도 ‘결정문을 신중하게 작성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상임위원이 맡고 있는 아동소위는 유사한 교내 휴대전화 사용 안건을 줄지어 기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상임위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번 결정은 종전의 인권침해라는 결정례를 변경한 것으로, 법원의 판례 변경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휴대전화 사용 금지 관련 진정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인권위 보수화’ 우려도 나온다. 학생인권법과 청소년 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은 “인권 원칙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국가기관이 사회적 편견 등 다른 가치를 우선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인권에 경도된 시각에서 벗어나 학교 현실과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는 결정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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