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소방시설 관리 부실 ‘인재’…소유주 등 4명 영장
에어컨 노후 전선서 발화
경보기도 확인 안 하고 차단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는 열려 있던 방화문, 경보기 작동 임의 차단, 간이완강기 미비치 등 부실한 소방시설 관리와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화재 수사본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호텔 소유주 A씨와 운영자 B·C씨, 매니저 D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는 810호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소유주 A씨는 건물을 인수한 지 1년 뒤인 2018년 5월쯤 객실 에어컨 교체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의 난도와 영업 지장 등을 우려해 전체적인 배선 교체 대신 기존의 노후 전선을 계속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에어컨 설치업자는 기존에 설치돼 있던 에어컨 실내·외기 전선의 길이가 짧아 작업이 어려워지자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한 뒤 절연테이프로만 연결 부위를 마감했다. 전기설비기술기준에 따르면 에어컨 전선으로는 1개의 전선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불가피하게 두 전선을 연결할 경우에는 안전장치인 슬리브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체 공사 이후 에어컨 수리기사가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수차례 경고했지만, 호텔 관계자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총 63개 객실 중 15개 객실에서 육안으로도 에어컨 전선 결선 상태가 부실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화재 대비는 물론 발생 이후 대처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불이 시작되면서 화재경보기가 작동했으나 매니저 D씨는 발화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경보기를 정지시켰다. 이후 D씨는 8층으로 올라가 810호 객실 내 화재를 목격하고 1층으로 다시 내려와 화재경보기를 재가동했다.
최초 화재 경보 이후 경보기가 재작동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총 2분24초로, 만약 경보기 작동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사망자가 발생한 호실(802·807·902호) 투숙객 5명이 대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화재 안전시설의 부실도 피해를 키웠다. 각 객실 문은 갑종 방화문(60분 이상 화염을 버틸 수 있는 방화문)으로 시공돼 있었다. 설계도면에는 문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돕는 도어클로저도 설치된 것으로 나와 있었지만, 실제로 불이 난 객실에는 해당 설비가 없었다.
김태희·박준철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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