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파보니 일제 탄광이…'조선인 136명' 유골 찾을까
수몰돼 조선인 136명 등 183명 사망
유골 발굴 위해선 양국 정부 협조 필요
일제 강점기 조선인 136명이 일본의 바다 밑 탄광에서 작업하다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시신이 80년 넘게 바닷속에 방치돼 있었는데, 일본 시민단체가 유해 발굴에 나서면서 탄광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도쿄 정원석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바닷가.
바다 위로 콘크리트 기둥이 뾰족하게 솟아 있습니다.
해저 탄광에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든 환기구로, 일제시대 장생 탄광이 있던 장소입니다.
일본어로는 '조세이' 탄광, 조선인이 많아 '조선 탄광'이라고 불렸습니다.
일제 시대 우베시가 생산한 석탄의 90%는 이 주변 해저 탄광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유독 장생 탄광만 조선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유는 갱도가 지나는 지층의 두께가 당시 일본 법이 규정한 40m보다 얇은 30m밖에 되지 않아 위험하다고 알려진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채굴량을 무리하게 늘리다 결국 1942년,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물이 새어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탄광엔 물이 찼습니다.
183명이 탄광에 갇힌 채 숨졌는데 조선인은 136명이나 됐습니다.
이후 세간에서 잊혀졌지만, 1991년 한 일본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장생 탄광 수몰 사고가 알려집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위해 추모비를 세우고, 희생자 유골 발굴을 일본 정부에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노우에 요코/'장생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대표 : (일본 정부는) 유골의 깊이와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발굴이 곤란한 점을 이해해달라고…]
지난 6년간 일본 정부는 난색을 보였습니다.
결국 올해 직접 발굴 작업에 착수했는데 지난달 25일, 극적으로 갱도 입구를 찾았습니다.
주변을 탐사하다 탄광에 버린 듯한 쓰레기 더미들과 구멍을 발견한 뒤, 그 지역을 집중적으로 판 게 적중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장생 탄광 입구가 있던 자리입니다.
인부들이 저기서 신에게 안전을 기원한 뒤, 갱도로 진입했다고 하는데요.
저쪽에 보이는 소나무로 된 틀이 바로 과거에 만들어진 갱도의 입구인데, 이곳을 통해서 해저 탄광으로 진입했단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달 말까지 갱도 입구를 정리해 잠수부가 진입하는 데 성공하면, 유골 발굴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현재 모금한 금액은 800만엔 정도.
수몰 희생자들의 유골이 있다는 걸 입증하려는 게 목표입니다.
[이노우에 요코 대표/'장생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대표 : 이름도 알고 나이도 알고 유족은 여전히 기다리는데 일본 정부는 책임을 지고 발굴해야죠. 꼭 한국과 일본 정부가 협의해서 한발 더 나아가주길 바랍니다.]
바다에 잠긴 1km 이상 되는 갱도를 사람이 들어가 유골을 전부 수습하기 어렵고, 일정 구간 이상은 진입이 어려울 수 있어 결국 양국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돌기둥을 형상화해 두 나라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긴 추도 공간엔 일본 정부를 대신한 시민들의 애도와 반성, 사과가 담겨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박상용 / 영상편집 박선호 / 영상디자인 허성운 / 영상자막 장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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