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편견 조장”…개선 어떻게?
[KBS 부산] [앵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용하고 있는 차별 용어, 앞서 뉴스에서 봤습니다만 그렇다면 어떤 단어를 어떻게 바꿔 써야 할지 궁금해집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이이슬 기자 나왔습니다.
리포트에서 봤지만, 대표적인 차별적 용어로 '결손가정', '소외계층' 같은 게 제시됐는데요.
다른 언어들도 많겠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기자]
네, 부산시 인권센터가 차별적 행정 용어로 분류한 단어는 30가지가 넘습니다.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는데요.
사회적 차별, 성차별, 신체 차별, 그리고 국적 차별입니다.
보도에 포함되지 않은 단어 위주로 말씀드리자면, '사회적 차별'로 분류된 단어 중에는 고아, 노숙자, 경력단절, 사회지도층, 양로원 등이 있습니다.
고아 같은 경우 가족이 없는 미성년자를 뜻하는데, 단어 자체가 이미 '배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요.
경력단절도 '단절'이라는 부정적인 어감을 갖고 있죠.
'성차별' 용어로는 많이들 아시는 저출산을 비롯해 유모차, 미혼모, 그리고 공공기관 자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매결연도 있습니다.
'신체 차별' 용어로 장애등급, 장애우, 정신지체가 있고, '국적 차별' 용어로 외국인 노동자, 불법 체류자 등이 있습니다.
기자로 일하면서 저도 가급적 차별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이번 인권센터 조사 결과를 보니 저 역시 아, 이런 단어도 차별적 요소를 갖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방금 얘기한 차별 용어를 어떻게 바꿔 사용하면 좋을지도 알면 좋겠는데요.
[기자]
네, 시간 관계상 모두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대표적인 것들 위주로 설명을 드리자면, 결손가정은 비정상 가족이라는 고정관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한부모 가정으로 쓰고, 고아는 '홀로아동'으로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은 경력희망이나 고용중단으로, 자매결연은 상호결연, 유모차는 유아차, 미혼모는 여성에게만 주어진 차별적 용어로, 이 대신 한부모나 비혼모로 쓰는 걸 권장합니다.
[앵커]
결국 이런 표현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 대한 혐오 인식을 갖게 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인권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공공기관 종사자와 시민들 모두 차별적 용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이런 표현은 사회적 편견을 확대시킨다는 점, 또, 한 개인을 울타리 밖으로 배제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혐오 표현의 경우에는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과 관계도 있습니다.
[앵커]
리포트에서 보니 인권센터가 공공기관에 이런 문제적 용어를 개선해 달라 요청을 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반영이 잘 될까요?
[기자]
앞서 제시된 차별적 행정 용어들 같은 경우, 이런 언어들이 '차별적'이다,라고 분명하게 인식하지 않는 이상, 바꾸는 게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유모차' 같은 경우에도 엄마만 아이를 돌본다는 전제를 한다는 점 때문에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강조해도, 예전부터 쓰던 습관 때문에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여전히 사용하는 거죠.
인권센터는 지금으로선 끊임없이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차별 용어에 대한 환기를 시키고, 사회적 공론화 장을 마련해서 바꿔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합니다.
우선 이번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인권기구 실무협의회와 공동으로 '차별·혐오표현 보고회와 인권 토론회'도 열 예정인데요.
짧은 시간 안에 획기적으로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인 만큼,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이슬 기자 (eslee3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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