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제출한 김 여사 '상설특검', 실제 가동되나…대통령 특검 임명 여부가 관건

김지은 기자 2024. 10. 8. 19: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천위 7명 중 국회 몫 4명…민주, 여당 추천권 배제 규칙 개정 발의
여, 의석 구조상 규칙 개정 저지 어려워…수사요구안도 통과 될 듯
야당 추천 특검 후보 대통령이 임명 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 없어
여, 위헌성 주장하며 임명 안할 수도…민주 "임명 늦추면 직무유기" 주장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운데)와 박주민(오른쪽)·김승원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상설특검 특별검사수사요구안을 제출하고 있다.(공동취재) 2024.10.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한다며 기존 특검과 함께 '상설특검'을 본격 추진하면서 상설특검이 실제 실시될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으로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김 여사 특검법이 잇따라 폐기되자 이를 우회하는 차선책을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상설특검의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의 특검 임명을 강제할 수 있는 방책은 사실상 없어 실제 가동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시행 여부와 별개로 각종 특검 수단을 병행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김 여사 의혹 일부를 다룰 '대통령실 수사외압 등 권력형 비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별적인 특검법 발의가 아니라, 2014년 제정된 상설특검법(특별검사임명법)에 따른 특검수사요구안이다.

요구안은 인천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22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지난 6일 폐기된 '김건희 특검법'의 8가지 수사 대상보다는 범위가 줄었다. 재발의할 '특검법'의 대상이 아닌 의혹들을 수사대상으로 올렸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김용민 부대표는 "개별특검은 별도로 추진하고 상설특검은 병행하는 개념"이라며 "상설특검은 활동 기간이 60일이고 조직도 협소하다. 상설특검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의 모든 사안을 다 수사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 보니 독립돼 있는 사안이면서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연관된 건들을 상설특검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상설특검법은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국회가 본회의에서 특검 임명 요청안을 의결할 경우 가동할 수 있다. 별도 입법을 통한 특검과 달리, 이미 제정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꾸려지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개별 특검법에 견줘 특검 활동 기간이나 규모가 작지만 본회의 의결 기준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어서 국회 과반을 점유한 민주당이 자력으로 상설 특검을 가동할 수 있다.

상설특검은 법무부차관 등 당연직 3명과 국회 추천 4명 등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과반 의결로 특검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구조다. 국회 몫인 4명은 국회 규칙에 따라 두 교섭단체, 즉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권을 갖고 있는데, 민주당은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사안을 다룰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땐 여당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규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규칙 개정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운영위 소관이어서 절차적으로는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규칙을 개정한 뒤 본회의에서 상설특검 요구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하기는 어렵다. 상설 특검 역시 특검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는다. 임명을 무한정 미뤄도 야당 입장에선 마땅히 돌파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민주당은 상설특검이 윤 대통령의 특검 수용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추천된 후보자 2명 중에서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여야 한다. 임명하지 않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임명을 거부하면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원수가 앞장서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불통·폭주 프레임'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상설특검 임명은 의무 조항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를 미루면 법률 위반이 된다"며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상설특검을 추진하면서 여당 추천 몫을 배제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을 발의한 데 대해 "오로지 정쟁에만 혈안 된 특검 중독"이라며 "민주당은 진상규명이나 사법 정의는 안중에도 없다"고 반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상설특검 규칙 꼼수 개정은 지금까지 야당이 밀어붙인 특검법과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특검 추천에서 여당 배제는 특검추천위원회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을 명시해놓은 상설특검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특검추천위원회 구성을 변경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의석 구조상 현실적으로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여권이 이번 상설특검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특검 임명을 거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