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골수검사' 공개변론…"의사만 가능" vs "숙련 시 누구나"
한성희 기자 2024. 10. 8. 19:09
▲ 대법원
골수 혈액과 조직을 채취하는 골수검사를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들에게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산사회복지재단에 대한 대법원 공개 변론이 치열한 공방 속에 열렸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오늘(8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 서초구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의료법 위반 행위로 기소된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상고심 공개 변론을 진행했습니다.
앞서 아산사회복지재단 산하 서울아산병원 의사들은 2018년 4~11월 소속 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사를 시켰다가 고발 돼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골수 검사는 혈액·종양성 질환 진단을 위해 골반의 겉면인 골막을 바늘로 찔러 골수를 채취하는 의료행위입니다.
전문간호사는 부족한 의사 인력을 대신해 수술 및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보조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맡습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의사의 현장 입회 여부를 불문하고 간호사가 골수 검사를 직접 수행한다면 진료보조가 아닌 진료행위 자체를 한 것으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유죄로 뒤집었습니다.
상고심의 쟁점은 △골수 검사가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인지, △전문간호사 진료보조행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입니다.
오늘 공개변론에서 검찰은 "골수 검사는 고도의 침습적 의료행위로, 의사만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이번 사건 피고인인 병원 재단 측은 "전문간호사도 숙련만 됐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검사는 골수검사가 부작용과 합병증이 유발할 수 있고, 합병증에 대한 지식이나 각종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 필요한 의료 행위인 점을 들며 의사만 행할 수 있는 의료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병원 재단 측은 주사침이 들어가는 부위는 손으로도 찾기 쉬운 위치로, 주변에는 주요 혈관이나 신경이 지나지 않아 위험성이 크지 않으며 미국 등 외국에선 훈련받은 간호사가 이를 수행하고 있다며 반박했습니다.
검사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해 무면허 의료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전문간호사제도는 의료 행위 범위를 확장하는 취지가 아니므로 의사가 할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고 했습니다.
또 "골수검사는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부작용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의사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사망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병원 측 변호인은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법령상 명확한 기준도 없고, 의료 행위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한정된 의료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건 전문간호사에게 맡기는 게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것"이라 했습니다.
이어 "검사가 든 사고 사례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며 "전문 간호사 교육과정에도 골수검사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도 했습니다.
공개변론에는 또 전문가인 교수 5명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10분씩 돌아가며 의견을 밝혔습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온 정재현 해운대부민병원 소화기센터 진료부장은 "골수 검사는 마취행위와 진단행위 모두를 포함해 의사만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바늘만 골막에 찔러넣어 골수를 채취하는 행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검사에 앞서 동의서를 획득하는 주체는 의사란 점도 짚었습니다.
반면 병원 측 참고인인 윤성수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해부학적 구조를 알고 골수 검사를 이해하며, 실제 지도를 받은 사람이면 직책이 어떠하든 다 할 수 있다"며 "굉장히 간단한 절차"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사나 간호사 등 주체보다는 숙련된 경우 누구든 할 수 있다며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검사가 아니고 특별히 위험도가 높다고 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주심인 오경미 대법관은 3시간여 공개변론을 마무리하며 "국민의 건강과 의료 업계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겠다"며 "선고기일은 추후 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소부' 사건의 공개 변론을 연 것은 이번이 역대 네 번째로, 2022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입니다.
한성희 기자 che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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