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골수 검사’ 놓고 법정공방···“위험성 크다” VS “숙련도 따져야”

김나연 기자 2024. 10. 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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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면허가 없는 전문 간호사가 환자의 골수를 검사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해야 할까. 대법원이 해당 쟁점을 두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검찰은 골수 검사의 위험성이 크다며 의사를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 측은 의사 면허 소지 여부보다 중요한 요소는 숙련도라며 반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8일 전문 간호사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아산사회복지재단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대법원 소부 사건 공개변론이 열린 건 2022년 3월 이후 약 2년7개월 만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산하 서울아산병원에서는 2018년 종양 전문 간호사들에게 골수 검사를 하도록 했다. 병원 측은 “검체 분량이 너무 많아 신속한 진단이 늦어지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해 그 대안으로 전문 간호사를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불법의료 신고센터를 통해 이런 내용을 제보받고 서울아산병원을 고발했다. 검찰은 서울아산병원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의료법 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이더라도 면허된 것 외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앞서 1심은 재단에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간호사의 골막 검수가 진료 보조를 넘어선 의료행위였다며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변론에서 검찰 측은 골수 검사가 부작용과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성이 커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재현 해운대부민병원 소화기센터 진료부장은 “(골수 검사 중) 마취하는 과정에서 약물이 심장 등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를 통해 합병증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골수 검사를 할 때 의사인지 간호사인지를 따지기보다 ‘숙련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피고인 측 하태헌 변호사는 “골수 검사 부위는 해부학적 범위가 상당히 작기 때문에 숙련되기만 하면 의사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하면 그 시술자가 의사건 간호사건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윤성수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도 “골수를 채취하면 뼈를 뚫고 들어간다는 선입견 때문에 위험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혈혈단신 분리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의료진을 통해 언제든지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은 또 서울아산병원이 일반 간호사가 아닌 ‘전문 간호사’에게 골수 검사를 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갖춘 의료행위였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전문 간호사는 3년 이상의 경력, 석사 수료, 국가고시 통과 등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져야 한다”며 “교육과정에 골수 검사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일반 간호사도 골수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전문 간호사라 할지라도 의사를 대신할 수준의 의학적 경험과 지식을 지닌 것은 아니라며 맞섰다. 조병욱 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과장은 “전문 간호사로서 간호사 업무 범위가 늘어난다는 것은 전문성이 강화된 것일 뿐 ‘면허’의 범위가 늘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전문 간호사가 골수 검사를 진행하다 부작용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을 쟁점 중 하나로 꼽았다. 오경미 대법관은 “부작용의 책임을 당사자와 (전문 간호사가 골수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의사 중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이냐라는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추후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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