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서 철퇴 맞은 ‘라임 술접대 검사’, 검찰 사과해야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라임자산운용(라임) 술접대’ 검사들에게 대법원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2부는 8일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나모 검사와 이모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해당 사건은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주선으로 피의자와 현직 검사들이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진 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를 독점한 검찰이 사건을 축소하고 가벼운 혐의로 기소하면서 1인당 술값 액수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판결은 전현직 검사 2명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국한한 것이지만, 검찰의 권한 남용에 철퇴를 가한 의미가 있다.
현직 검사 3명과 검사 출신 변호사가 접대를 받은 사실은 2020년 10월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을 통해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업소에서 검사 출신 변호사를 통해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을 접대했고, 그중 한 명이 이후 수사팀에 포함됐다고 폭로했다. 서울남부지검 조사 결과 2019년 7월18일 술접대가 있었다. 이 변호사와 나 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다른 검사 2명은 중간에 자리를 뜬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김 전 회장이 술값으로 지불한 금액은 536만원이었다.
검찰은 검사들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이 변호사와 나 검사가 받은 향응이 100만원을 넘었다는 점만 문제 삼았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명목과 관계없이 1회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중간에 자리를 뜬 검사 2명은 ‘96만원’을 접대받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검사들은 2020년 10월17~25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휴대전화를 폐기했다.
1·2심 재판은 코미디나 다름없었다. 이 변호사와 나 검사는 청와대 행정관도 함께 술자리에 있었다며 이를 감안하면 1인당 향응 액수가 93만9167원이라고 주장했고,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 이른바 ‘기적의 계산법’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간 것이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잘못이 드러나면 사과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껏 검찰의 사과는 없고, 재판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검사들에 대한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과 검찰은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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