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왕처럼 후회하는 노배우 연기...연극 ‘드레서’ 주연 송승환

연극 ‘드레서’ 주연 맡은 송승환
“인간의 입체성 구현한 작품”
11월3일까지 국립정동극장

연극 ‘드레서’에 출연하는 배우 송승환. 국립정동극장

“나이가 들면서 노인 배역을 연기하는 것은 배우로서 행복한 일입니다. ‘선생님’은 후회가 많은 인물이에요. 노인이 되면 후회가 많아지기 마련이죠”

59년차 배우 송승환(67)이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연극 ‘더 드레서’(연출 장유정)에서 노배우이자 극단의 주인인 선생님 역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의 극장에서 셰익스피어 연극 ‘리어왕’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생님과 그의 드레서(공연 중 연기자의 의상 전환을 돕고 의상을 챙기는 사람) 노먼, 극단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받은 로날드 하우드가 쓴 작품으로 1980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초연됐고 영화로도 제작돼 사랑받은 작품이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공연에서도 선생님을 연기했던 송승환은 ‘드레서’에 대해 “인간이 가진 복합적 측면들을 캐릭터에 구현한 점에서 훌륭한 희곡”이라며 “사람에 대한 흑백논리가 유행하는 이 시대에 인간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선생님에 대해서는 “‘내게 필요한 건 망각뿐이지’라는 대사가 있을 만큼 많은 후회를 가진 노인”이라며 “딸에게 배신당해 후회에 빠지는 리어왕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자신의 배역과 비슷한 감정선을 보이는 흥미로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연극 ‘드레서’에 출연하는 오만석, 김다현 배우. 국립정동극장

열과 성을 다해 선생님을 보필하는 드레서 노먼 역은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연기력을 증명한 오만석, 김다현 배우가 맡았다. 김다현은 “노먼은 선생님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 인물”이라며 “무대에서 노먼을 연기할 때마다 제가 배우로서 존재하는 이유가 관객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만석은 “‘드레서’의 인물들은 전쟁으로 폭격이 진행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 노력한다”며 “힘든 일상에서도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라고 밝혔다.

연극 ‘더 드레서’는 11월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드레서’에 출연하는 김다현(왼쪽부터), 송승환, 오만석, 양소민 배우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립정동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