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음악은 저밖에"…'아티스트' 박재범의 알앤비 세계로[현장EN:]
기존 발표곡 11곡과 신곡 9곡까지 총 20곡으로 꽉 차
'메이데이' '김미 어 미닛' '피스 오브 헤븐' 3곡이 타이틀곡
"음악 하더라도 저는 실적, 수익 목적으로 하고 싶지 않아요"
정규앨범은 5년만, 본격적인 알앤비(R&B) 앨범은 6년 만이다. "피처링 포함해서 400곡 정도"를 낸, "정말 다양한 작업들을 많이" 했다고 밝힌 박재범이 본업인 '가수'로서 정규앨범을 냈다. 2016년 '에브리띵 유 원티드'(EVERYTHING YOU WANTED)를 낸 후 또 다른 알앤비 앨범을 약속한 그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현명해지고 발전된" 모습으로, "8년 간의 피땀 눈물"을 담아 이번 '더 원 유 원티드'(THE ONE YOU WANTED)로 돌아왔다.
8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더 원 유 원티드' 기자간담회에서 박재범은 "더 이상 20곡 (든) 작품을 만들어서 수익적으로 득 되는 것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도 기존 곡 11곡에 신곡 9곡을 더한 '꽉 찬 앨범'을 낸 이유는 있다.
그는 "레거시(유산)로서, 아티스트로서 계속 발전하고 싶은 야망, 욕심이 있다. 제가 회사(모어비전) 대표여도 그냥 아티스트로서 지켜야 할 것들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앨범 내는 거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되게 뿌듯하다. 드디어 알앤비 앨범이 나와서 좀 후련하고 좀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것도 있고, 팬분들도 재미를 즐길 계기와 명분이 생기고"라고 말했다.
AOMG를 떠나 모어비전에서 '처음' 내는 '앨범' 단위의 작업물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번 앨범을 "작품성 있는 앨범"이라고 표현한 박재범은 "모어비전에 있는 직원분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나 이거 같이 했다' 하고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앨범이 생겨서 여러모로 뿌듯하다"라고 덧붙였다.
알앤비 앨범을 내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해 왔다. 정말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약 7년 동안 작업해 온 알앤비 곡을 모아서 완성했다. 여전히 사람들이 '찾아주는' 것에 감사하지만, "사람인지라"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새벽까지 작업할 체력은 되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박재범은 "이번 연도는 '의식을 해서' 스케줄을 비워가지고 드디어 끝냈다"라고 설명했다.
신곡 9곡 중 타이틀곡이 3곡이다. 청하가 피처링한 '김미 어 미닛'(Gimme A Minute)은 복고풍 댄스 팝 스타일의 알앤비로, 퍼포먼스가 특히 돋보인다. 뮤직비디오에도 두 사람이 함께 출연했다. 박재범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댄서블한 알앤비 '메이데이'는 타이 달라 사인이라는 해외 아티스트가 피처링했다. 모어비전 소속 연습생인 이솔이 피처링한 '피스 오브 헤븐'(Piece Of Heaven)은 몽환적이면서도 웅장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타이틀곡이 세 곡이나 되는 이유를 묻자, 박재범은 "앨범을 냈을 때 '이게 타이틀곡이다, 이건 무조건 히트쳐야 한다' 이런 가수가 아니라서… 타이틀곡의 의미가 물론 중요하지만 막 엄청나게, 다른 분들처럼 무게감 있진 않다. 그냥 사람들이 앨범 전체를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미 어 미닛'은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퍼포먼스 때문에 제일 임팩트 있다. '메이데이'는 아무래도 가장 제 취향이다. 가장 잘할 자신 있다. 그게 춤이든, 스타일이든, 노래든, 가장 저를 대표하는 곡인 거 같고 타이 달라 사인이라는 큼직한 피처링도 있다. '피스 오브 헤븐'은 회사에서 '너무 이 노래 좋다'고 했고, 우리 연습생이 피처링을 해서 그냥 세 타이틀로 가자고 했다. 저는 올 타이틀로 가든 세 타이틀로 가든 문제없다고 해서 세 개로 갔다"라고 부연했다.
감미로운 후렴구가 반복되는 두티와의 얼터너티브 알앤비 듀엣곡 '오오오'(Ohx3), 그룹 에스파(aespa) 닝닝과의 보컬 조화가 돋보이는 아마 피아노 스타일의 알앤비 '십 온어 릴 썸'(Sip Ona Lil Sum), 와이지와 필로가 피처링한 힙합 스타일의 알앤비곡 '헌드레드 데이즈'(100 Days), 섬세한 악기 구성이 돋보이는 업템포 알앤비 '포린'(Foreign), 알앤비 리듬을 재해석한 유니크한 업템포 알앤비 '네버 어게인'(Never Again), 담백한 기타 연주와 박재범의 보컬이 어우러진 알앤비 '리콜'(Recall)까지 총 9곡의 신곡이 실렸다.
9곡을 추린 기준을 묻자, 박재범은 "다 하고 싶은 음악"이라고 답했다. 그는 "연예인은 많은 분들이 계속 관심을 줘야 하는 직업이다. 제가 해야 하는 건 관심을 끄는 것이고, 제 정체성을 계속 지키면서 타협점을 계속 밸런스를 잡으면서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끌어내는 게 되게 힘들다. 굉장히 어렵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말씀드리는 건 뭘 낼 때마다 '어떻게 하면 많이 듣게 하지?' 이 고민은 그만하고 싶다는 거다. 이 9곡은 이 알앤비 앨범에 어울리고, 제가 생각했을 때 알앤비 가수로서 제이팍과 잘 어울리고 조화가 좋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알앤비와 힙합 음악을 주축으로 하는 박재범은 섹시한 분위기의 퍼포먼스로도 잘 알려진 가수다. 나이가 듦에 따라 본인의 이미지를 두고 고민하냐는 질문에 박재범은 "엄청 많다. 겉모습은 어쩔 수 없이 젊은 친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체질도 그렇고 더 피부도 뽀송뽀송하고"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재범은 "많은 분들이 공연할 때 제가 웃통 벗는 걸 기대도 하시고… 제가 만약 안 하면 '어? 왜 여기서 안 해?' 하고 진짜로 악플을 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여태까지 해 놓고 하필 내가 돈 주고 간 공연에서 왜 안 해? 이럴 수도 있는 거다. 워터밤도 그렇고, 되게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이건(노출) 제가 즐거움을 드리는 요소 중 하나지, 이게 제 정체성이 되고 싶진 않다. 의존하고 싶지 않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그동안 많은 곡을 냈는데도 왜 페스티벌에서 '몸매' (무대를) 할 때 가장 폭발적일까? 어쩔 수 없이 많은 분들에게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퍼포먼스로) 자극을 하더라도 그거로 유입돼서 (제) 다른 매력들에 빠졌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계속 발전하고 싶은 야망과 욕심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하자, 박재범은 "기타도 배우고 싶고 피아노도 배우고 싶고 브레이킹도 더 열심히 해서 그냥 대회도 나가고 싶다. 시간이 있어야 그런 것도 가능하니까 스케줄도 허용해야 하는데 그런 욕심은 계속 있다. 굳이 남들한테 보여주지 않더라도 그냥… 제가 그냥 재미로 하고 싶은 거? 저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게 되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다양하게 하지 않나. 한 분야를 물론 수준 높게 하지만, 엄청나게 마스터는 아니다. 저는 그 순수한 열정을 보고 되게 영감을 많이 받는다. 엄청나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재즈 바에서 엄청 멋있게 악기로 막 (연주) 하지 않나. 그건 유행을 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원초적인 열정,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은 감정을 움직이게 해 주는 예술이지 않나. 인제 유튜브나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음악도 음악이지만 숫자에 좀 더 연연하는 거 같다. 저는 물론 대표로서 (거기에) 끼어들어야 하지만, 아티스트로서는 계속 끼어들고 싶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으로 듣고 싶은 평가에 관해, 박재범은 "오래된 곡들, 6~7년 된 음악을 (지금) 자신 있게 내는 건… 이런 음악 스타일은 저밖에 못 한다. 한 장르를 계속 발전시켜 왔고, (이런 걸) 대체할 가수가 없기 때문에 '박재범 음악 같다'라고 하는 건 어쨌든 전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완성도 있는 앨범, 제이팍 스타일이라고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
알앤비로 꽉 찬 박재범의 정규 6집 '더 원 유 원티드'는 오늘(8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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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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