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박탈” 정부 압박 수위 높여도 이기흥 ‘마이웨이’ 행보

김경수 기자 2024. 10. 8. 17: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월22일 대한체육회 국감…李 대한체육회장 작심 발언 주목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를 향한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대한체육회의 국가사업 권한을 박탈하고, 사업 주체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회와 정부는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3선 연임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연합뉴스

8일 체육계에 따르면, 하루 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선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선거 정관을 수시로 바꾼 정황,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 공모 연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체육회장 선거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 체육회장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선거 1개월 전, 전산시스템을 통해 무작위로 2만3000명을 선거인단으로 뽑았다. 선거 7일 전에는 2300명으로 추려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체육회는 2022년 정관을 갑자기 변경했다. 2300명 안에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서 추천한 인사 228명이 체육회장 선거인단에 반드시 들어가도록 명시한 것이다.

문체위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기흥 회장이) 유권자 선거인단 10% 비중을 맘대로 꽂을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2020년 당시 대한체육회는 8개월 동안 무려 여섯 차례나 정관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대신할 대체지를 공모했다. 신청한 7개 지자체의 실사를 지난 달에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8월 말에 열린 이사화에서 돌연 '대체시설 부지 공모 연기'를 서면으로 의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저마다 유치를 자신하며 유치 공모 발표 직후부터 새 빙상장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 대다수는 허탈해 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또 내년 체육회장 선거 이후로 밀리면서 "이 회장이 정부 사업마저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은 또다시 불거졌다.

국감에 출석한 유 장관은 "대한체육회가 정해진 일정을 갑자기 미룬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국가대표 훈련 시설을 짓는 문제를 왜 체육회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결정 방법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내 갈길 갈 것"…이기흥, 영원한 체육 대통령 꿈꾸나

국회와 문체부가 체육회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지만, 이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달 말 국감 출석을 앞둔 이 회장은 현재 지방체육회 간담회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순회 중이다. 이 회장은 지역 체육인들에게 체육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사항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동시에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한 지방체육회를 찾은 이 회장은 "(유인촌) 장관이 체육회가 '정치 집단'이라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문체부가 괴물이고, 정치 집단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정책들이 흔들려 체육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체육인과 합심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말로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이 회장은 아직 연임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회장이 당연히 3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방체육회 순회 간담회 또한 이 회장의 3선 연임을 위한 발판이라는 해석이다. 체육을 탄압하는 정부에 맞대응하자고 규탄하면서 단단한 결집력을 바탕으로 지지 세력을 만든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체육계 관계자는 "국민 여론, 22일 문체위 국정감사 여부 등과 관계 없이 이 회장은 무조건 3선 연임에 도전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체육회를 중심으로 표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년 열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을 비롯해 후보자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안다. 체육회장 후보가 많을수록 이 회장에게 유리한 구도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이 회장 연임을 막기 위한 후보들의 단일화 움직임도 볼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