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문해력과 밥상머리 교육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4. 10. 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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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인 줄 알았다.

요즘 학생들이 '시발점'을 욕설로, '눈을 부라리다'를 성희롱으로 오해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최근 한국교총의 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9명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문해력을 끌어올리기에는 학교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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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인 줄 알았다. 요즘 학생들이 '시발점'을 욕설로, '눈을 부라리다'를 성희롱으로 오해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생각할 줄은 정말 몰랐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웃자고 한 개그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무설탕'을 채소 무로 만든 설탕으로, '벌목'을 곤충인 벌의 목으로 알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문해력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최근 한국교총의 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9명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고 답했다.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수두룩했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 곤란한 학생도 상당수였다. 기본적인 단어 뜻을 알지 못하니 교과서의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다.

문해력 저하 원인으로는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이 꼽혔다. 책을 읽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틱톡 등 짧은 영상에 익숙해 글이 조금만 길어져도 읽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교사가 수업시간에 배경 설명을 하면 학생들은 "결론부터 보여달라"는 식이다.

학생들의 문해력을 끌어올리기에는 학교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의 어휘 수준이 제각각이라 교사가 단어 뜻을 일일이 설명해주면서 제때 진도를 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모도 선생이다.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부모가 자녀와 양질의 대화를 나눈다면 읽고 쓰지 않고도 어느 정도 문해력을 높일 수 있다.

실제 부모와 자식 간 양질의 대화가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미국 캔자스대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더 많은 언어에 노출될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식탁에서 배우는 어휘량이 책을 읽을 때의 10배에 달한다는 하버드대 연구도 있다.

[권한울 사회부 hanfenc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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