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대북전단 단체에 현행법 위반 설명 안해…단체 대표 “대북전단 합법”

정희완 기자 2024. 10. 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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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안전법·저작권법 위반 등 가능성 높아
통일부, 지난 8월 이후에도 제대로 통지 안해
야당 “통일부가 심리전 수행…부절적”
여당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 보장”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9월27일 유튜브 방송에 나와 대북전단 살포는 합법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통일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위가 항공안전법 등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민간단체에 명확히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탈북민 단체가 항공안전법 위반 가능성을 숙지하게끔 하겠다”고 말했지만 두 달 넘게 손 놓고 있는 것이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민간단체의 대표는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전단 살포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대북전단의 항공안전법 등 위반 소지를 언급하며 “그런데도 통일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kg이 넘는 대북전단을 띄울 경우에는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군사분계선(MDL) 일대 접경지역은 ‘비행금지구역’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2kg이 넘는 대북전단을 날리려면 군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다. USB에 드라마나 음악 등을 담아 유포하는 건 저작권법 위반 소지도 있다.

홍 의원이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가 법 위반일 가능성을 알려줬느냐”고 묻자 강종석 통일부 인권인도실장은 “저희가 (민간단체와) 소통을 해보니 그 분들도 항공안전법 등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 9월 27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금지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며 “대북전단 보내는 건 합법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풍선을 자유롭게 날릴 수 있죠?’라는 진행자의 물음에도 “있다”고 답했다.

야당은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박상학씨가) 이런 규정(항공안전법)이 있다는 건 아는데 합법이라고 말하는 건 모순 아닌가”라며 “법 위반 행위를 하고 있는데 주무 장관이 가만히 놔둔다는 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같은 당 조정식 의원은 ‘큰샘’이라는 단체가 지난 9월3일 인천 강화 일대에서 페트병에 1달러 지폐와 쌀, USB 등을 넣어 북쪽으로 향하는 조류에 맞춰 방류한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조 의원은 “현장을 직접 가봤는데 이곳은 민간인통제구역이었다”라며 “주변에 쌀 썩는 냄새도 진동했고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잡하게 버려져 있었다”고 통일부의 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김 장관은 “이 사실은 오늘 처음 인지했다”고 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재강 민주당 의원은 통일부가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를 추진하는 건 사실상 군사작전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 시켜 사회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체제를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군사용어로는 심리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여당은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통일부를 옹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북전단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단체가 보내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정부가 침해한다면 이는 자유민주주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북한은 주민들을 외부와 차단해 정보 접근을 막고, 독재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북전단에 반응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원칙에 맞게 대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도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는 이유로 대북전단을 대는 건 하나의 구실일 뿐”이라며 “북한은 기폭장치까지 넣어 풍향이나 거리, 무게 등의 자료를 축적한 뒤 필요하면 여차 없이 비대칭적 군사위협을 살 수 있도록 하나의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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