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승자독식 사회

2024. 10. 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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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바(ABBA)의 'The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하지만 사랑이나 스포츠 등 일부 예외는 있을지라도 인간사회에서 어찌 승자만 살아가겠는가? 어찌 승자만 좋은 것을 모두 누리겠는가? 승자독식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욕구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이를 아예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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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바(ABBA)의 'The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멜로디가 마음에 들어 좋아했을 뿐 가사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가사 내용을 찾아보니 연인을 빼앗긴 여인의 슬픈 심정을 승자에게 모든 것을 뺏긴 패자의 마음에 비유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잃은 것 같고, 반대로 쟁취하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다는 것,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하지만 사랑이나 스포츠 등 일부 예외는 있을지라도 인간사회에서 어찌 승자만 살아가겠는가? 어찌 승자만 좋은 것을 모두 누리겠는가? 승자독식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욕구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이를 아예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본능과 욕구대로 살게 하여 세상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만들 수도 없다.

그래서 이를 자제시키고 사람들을 조화롭게 살게 하기 위하여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예를 중시하는 공맹사상이 국가 경영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철학이 되었고, 서양에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기 위한 원리로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근대 이후 상호 간의 합의와 다수결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민주주의와 특정인의 마음대로가 아닌 법과 규칙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자고 하는 법치주의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가 되면서 승자독식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나마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의 현재 사회상을 보면 승자독식이 제대로 제어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좀 출세를 했다는 사람들은 그에 맞게 권력, 명예, 재력, 자식들의 출세 등 이 모든 것을 다 얻으려 든다. 그게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것이니 정도를 지켜 추구하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문제는 정도를 지키지 않고 편법, 불법 등 반칙을 저질러가면서 이를 추구하고자 할 때다. 출세를 한 사람들의 이런 민낯은 언론 지면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강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을 때 '법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 법대로 하자'고 하며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적용한다. 기존의 관행이 있고 그 법에도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음에도 법치주의를 악용하여 상대방을 눌러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형식적 법치주의이고 독재자들이 악용한 방식인데, 요즘 우리 사회의 강자들은 이런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시험을 보고 나면 교실 게시판에 1등부터 100등까지 석차를 매겨 붙여놓았다. 그리고 최우등 학생들은 예체능 성적, 체벌 등 여러 면에서 우대를 받았다. 물론 공부가 좀 떨어져도 아버지가 재력이 있거나 유력 인사인 경우도 마찬가지 대우를 받았다. 심하게 말하면, 학생들은 등수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고 그 가치에 따라 받는 혜택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이런 것을 보고 자랐고, 나중에 부모가 되어 자기 자식들에게 이기라고 가르친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이기는 것 말고도 공정하게 경쟁하며 남을 배려하는 것도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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