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노벨상] “학생들에게 늘 질문하고 배우려”…의학상 수상자 앰브로스 교수의 韓제자

염현아 기자 2024. 10. 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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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앰브로스 교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최성욱 한올바이오 수석연구원, 앰브로스의 韓제자
8년간 발달유전학 함께 연구…2019년엔 함께 논문도
2019년 빅터 앰브로스 교수와 최성욱 수석연구원./Development

빅터 앰브로스(Victor Ambros·70)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와 개리 러브컨(Gary Ruvkun·72) 하버드 의대 교수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리보핵산)를 처음 발견한 공로로 지난 7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들에게는 노벨상 연구를 함께 진행한 한국인 동료들이 있었다.

국내 신약개발 기업인 한올바이오파마의 연구개발(R&D) 기획을 맡고 있는 최성욱(44) 수석연구원은 앰브로스 교수 연구실에서 8년간 일한 유일한 한국인 제자다.

최 연구원은 8일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앰브로스 교수님은 당시에도 학생들 세미나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며 늘 질문하고 배우려 한 인기 교수였다”며 “교수님과 아내인 로잘린드 리 연구원은 메사추세츠 공대(MIT) 동문으로 만나 연구실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데, 부부가 워낙 소탈해 동료·제자들과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리 연구원은 마이크로RNA 발견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텍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최 연구원은 서울대에서 식물발달유전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2010년 미국 매사추세츠대로 유학갔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앰브로스 교수 연구실에서 발달유전학 관련 연구를 진행해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1년간 같은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앰브로스 교수 부부가 학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최 연구원과 만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최 연구원은 지난해에도 출장으로 미국 보스턴을 갔다가 앰브로스 교수 연구실에 들러 만났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최성욱 한올바이오파마 수석연구원이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빅터 앰브로스 교수 연구실을 찾아 앰브로스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로잘린드 리 연구원, 최성욱 수석연구원, 앰브로스 교수./최성욱 수석연구원 제공

최 연구원은 2019년 앰브로스 교수와 함께 발달유전학 관련 연구 논문도 썼다. 예쁜꼬마선충에서 린28(LIN-28) 단백질이 없어졌을 때 생식 발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분석한 연구였다. 린28 단백질은 빅터 앰브로스 교수가 1980년대에 처음 발견했다. 앰브로스 교수와 최 연구원은 예쁜꼬마선충의 린28 단백질이 손실되면 예쁜꼬마선충의 정자 배출과 배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린28 단백질은 암 발생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RNA인 렛7(Let-7)을 조절한다.

최 연구원은 “그동안 앰브로스 교수의 제자인 크레이그 멜로 교수도 짧은간섭RNA(siRNA) 연구로 2006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는데, 앰브로스 교수가 받지 못한 데 대해 의문이 있었다”면서도 “노벨상은 한 분야에서 처음 발견한 사람이 받게 돼 있으니, 마이크로RNA 분야에서는 무조건 앰브로스 교수가 받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말했다.

앰브로스가 노벨상 수상자로 호명되자마자 최 연구원은 바로 앰브로스 교수 부부에게 이메일을 썼다. 그는 “아내인 리 박사로부터 고맙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최 연구원은 앰브로스 교수와 함께 연구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새로운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신약개발 기업인 한올바이오파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바토클리맙과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탄파너셉트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턴바이오테크놀로지로부터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도입해 세포 나이를 되돌리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연구도 시작했다. 향후 노화로 발생할 수 있는 피부과, 안과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2013년 하일호 당시 메드팩토 대표가 항암신약개발사업단, 종근당과 후보물질 개발 공동연구 협약 체결을 맺고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항암신약개발사업단

한편 하일호(65) 전 메드팩토 대표는 또 다른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개리 러브컨 교수의 1993년 연구 논문에 참여한 동료로 알려졌다.

하 전 대표는 마이크로RNA의 존재를 처음 설명하기 위해 1993년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두 편의 논문 중 러브컨의 논문에 브루스 와이트먼 미국 뮬렌버거대 교수와 공동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 전 대표는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럿거스대 박사학위 과정을 거쳐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귀국한 이후에는 인제대 뇌과학기술연구소장,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 바이오기초기술센터장, 테라젠이텍스 연구소장을 거쳐, 메드팩토 대표, 툴젠 사외이사 등 여러 바이오 기업에서 일했다. 현재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자이메디의 자문을 맡고 있다.

참고 자료

Development (2019), DOI: https://doi.org/10.1242/dev.16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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