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춘 "선제적 품질 관리와 규격 제품 판매로 농산물 가격 안정"
기후변화로 인한 열과 피해에도 마케팅 강화로 감귤 가격 유지 기대
겨울채소 풍작 우려 크지만 비상품 관리와 소비촉진 운동 병행
무나 당근 등 물류비용 절감 위해 수도권에 거점물류센터 만들어 집중출하
겨울철 가축질병·농업재해 대비 위해 영농지원상황실 운영과 정기 방역
제주지역 기업으로서 원도심 재생 위해 농협제주지역본부 제자리에 신축
공공형 계절근로, 농협이 고용과 근무, 농가지원 등 도맡는 현 상황 보완 필요
■ 진행자 : 김대휘 기자
■ 대담자 :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김대휘> 기후변화와 농촌 인력 감소로 농업이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시장과 마트에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서 소비자가 더욱 힘들어합니다. 이래저래 미래 농업이 힘든 상황인데요. 오늘 시사매거진 제주에서는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을 초대해 제주지역 농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제주본부장으로 일하신 지 2년 되셨는데 그동안 객관적인 성과, 말씀해 주시죠
◆윤재춘> 취임하면서 중점을 뒀던 게 농촌 인력 지원 부분입니다. 농촌 인력 지원이 무상과 유상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3만명 가량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이전에 비해 2천명 가량 증가했는데요. 농업 농촌의 어려운 부분들을 잘 알고 있는 도민들이 많이 참여해 주셔서 성과가 있었던 걸로 보고 있습니다.
◇김대휘> 제주농업을 얘기하면 감귤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2024년산 노지감귤 출하가 시작되는데 어떻습니까?
◆윤재춘> 기후변화로 열과 피해가 좀 많습니다. 생육도 더디고, 색깔도 좀 안나고 있습니다. 낮은 물론 밤까지 덥다보니 기대한 만큼 색깔이 안나고 있습니다. 극조생 출하를 이번 주 앞두고 있는데 작년 수준의 가격은 이어질 걸로 보고 있습니다. 하우스 감귤은 추석을 기점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작물들도 열과 피해나 고온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마케팅 차원에서 공략을 하면 감귤 가격이 잘 유지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대휘> 과일 가격이 너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드는 우려도 있는데 타 과일 가격들이 오르니까 그런 우려는 또 없을까요?
◆윤재춘> 감귤의 특징이 국민 과일이지 않습니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다른 과일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면 저희들한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많죠.
◇김대휘> 월동 채소철이 다가오면 수급 안정에 대한 고민이 많으시죠.
◆윤재춘> 요새 감귤보다는 겨울 채소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태풍이 다 비껴가다보니 현재 고민은 풍작이 이뤄질까 걱정입니다. 현재 무와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정식 파종이 다 끝났고, 전체적으로 생육이 잘 되고 있어 풍작이 농민들의 걱정입니다. 올 겨울 눈이 많이 내리는 변수가 있지만 산지를 중심으로 적정 면적과 적정 수확에 대한 홍보와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김대휘> 통상적으로 풍작일 경우 어떤 정책으로 가격 안정을 유지하나요.
◆윤재춘> 제주도가 출범한 수급관리센터를 통해 품질 관리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상품은 소비자에게 유통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것은 물론 소비촉진 운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주만이 갖고 있는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려 제주 겨울 농산물이 많이 소비되도록 하는 것도 마케팅 소비 측면에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김대휘> 월동채소 양이 늘어나면 가락동 농산물에 출하됐을 때 가격 변동은 어떤가요
◆윤재춘> 물량이 많으면 당연히 떨어지는데 겨울철 출하하는 농산물이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원활한 물류입니다. 겨울에는 기후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적정 물량이 매일 출하가 돼야 하는데 날이 안 좋으면 출하가 누적되기에 가격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후 변화만 없으면 산지 가격이나 도매시장 가격은 유지될 걸로 보고 있습니다.
◇김대휘> 농가들은 농협이나 행정기관이 부담해서라도 출하 비용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데 상황은 어떻습니까
◆윤재춘>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제주도에서 생산된 모든 생산 제품이 물류에 대한 어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 같은 경우 무나 당근, 양배추 등 상대적으로 무게가 다 나가다보니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데 농협은 자체 사업비를 책정하거나, 제주도는 예산을 증액해 편성을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거점 물류센터를 만들어 집중 출하를 하고, 그 물류센터에서 분산하는 정책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물류센터에서 저장했다가 적정하게 배분하는 시스템을 통해 물량이 한 번에 몰리는 현상을 차감하고 있고, 물류비용도 절감하고 있습니다.
◇김대휘> 올해 월동 채소 중 걱정되는 채소류가 있나요?
◆윤재춘> 당근입니다. 당근은 지난해 가격이 평년보다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러다보니 파종 면적이 20% 이상 늘었습니다. 주산지인 구좌 뿐 아니라 김녕과 표선지역까지 파종하면서 선제적으로 산지 관리를 하지 않으면 가격 폭락 우려가 있습니다.
◇김대휘> 농가들은 이 상황을 알고 있나요?
◆윤재춘> 알고는 있지만 다른 밭작물 재배가 힘들기 때문에 가격 형성이 되면 농가들이 그 작목을 따라가는 현상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선제적으로 농가 산지 관리라든가 품질 관리를 통해 규격화된 제품만 판매될 수 있도록 더 노력을 하겠습니다.
◇김대휘> 2차 생산물로 가공해 판매하면 수급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실제 이뤄지는 데는 어떤가요
◆윤재춘> 현재 구좌농협이 최신식 가공시설을 통해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제주 당근주스를 만들어 전량 판매가 이뤄지는 등 수도권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문제는 원액 자체로 가공을 하다 보니 냉동해서 유통을 하면 문제가 생기거든요.
◇김대휘> 당근이야 그렇다쳐도 무나 양배추는 어려울텐데 방법이 있을까요?
◆윤재춘> 무는 투트랙 생산 유통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도 있지만 미국과 홍콩, 동남아권을 중심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거든요. 제주 무가 당분이 높고 식감도 좋아 선호도가 높습니다. 올해 같은 경우 성산포 농협에 수출을 할 수 있는 전문 조직도 두고 있습니다.
◇김대휘> 한경이나 대정지역에서 마늘도 많이 생산하는데 가공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아직은 어려운가 보죠?
◆윤재춘>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마늘이 요리용보다는 양념용 마늘입니다. 그래서 깐마늘 자체 원물을 유통하고 있는데 문제는 마늘 소비가 많이 줄어서 가격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깐마늘 공장 설비를 현대화시켜서 깐마늘 자체로 유통될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습니다.
◇김대휘> 본부장께서 제주도 사격연맹 회장을 맡고 계신데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오예진 선수가 금메달을 딴 만큼 소감이 특별하실 것 같아요.
◆윤재춘> 오예진 선수의 세계 랭킹이 35위이다보니 메달권 진입은 예상을 못했지만 중간 중간 통화를 하면서 컨디션을 물어보니 메달 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이더라고요. 저희 사격 환경이 매우 어렵습니다. 전체적인 선수만 하더라도 45명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그 상태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건 하늘에서 별을 딴 거죠. 농협이 사격연맹 후원을 한 지 20년 가량 됐습니다. 사격이 비인기 종목이지만 농업도 직업으로서는 비인기 직업입니다. 그래서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는 게 농협의 정서하고 맞다는 생각에 후원이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대휘> 겨울철 가축 질병이나 농업 재해에 대한 대비는 어떻습니까?
◆윤재춘> 기후변화가 예측하기 어렵지만 예측 시스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부분에 이어 제주지역본부에 상시적으로 영농지원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가축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계통조합 중심으로 관련 지역의 방지 활동과 방역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대휘> 요즘 상추나 배추의 높은 가격으로 소비시장은 난리입니다. 내수 활성화라는 게 농산물을 많이 팔기도 하지만 가격도 유지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윤재춘>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는 산지 가격 그대로 판매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착한 소비 운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게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종 중도 상인들과 협업을 통해 산지에서 직접 주문하면 직접 배송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나 당근, 양배추 주산지별로 해당 지역 하나로마트에 주문을 하면 저희들이 산지 가격 그대로 마진을 최소화해 공급을 하는 방식입니다. 목요장터나 주말장터는 물론 각종 SNS나 문자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김대휘> 농협 제주지역본부가 지난 6월 신축한 뒤 이전 하셨죠. 대부분 구도심을 벗어나는데 서사라 그 자리에 신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윤재춘> 지난 50년간 원도심에서 지역본부를 운영해온 제주농협은 지역 주민들 또는 원도심과 같이 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초에 설계 때 노형동이나 신도시에 이전이 검토됐었지만 제주지역 기업으로서 원도심 재생을 농협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그 자리에 신축하고 이전을 하게 됐습니다.
◇김대휘> 최근 재미있는 행사를 하셨던데요. 범농협 아침밥 먹기 운동. 쌀 소비 촉진 릴레이 캠페인 같은데 어떤 내용입니까?
◆윤재춘> 대한민국 쌀 소비가 많이 부진합니다. 생산량도 많지만 1년의 소비량이 줄어든 게 문제입니다. 지금 1인당 한해 소비량이 57kg이 안 됩니다. 식생활 변화에 따른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농협이 쌀 소비 촉진을 통해 쌀 농가들의 어려움을 돕자는 취지입니다. 제주도에 쌀도 나지 않는데 왜 쌀 소비운동을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대한민국 농업의 1번은 쌀 정책입니다. 쌀이 안정돼야 대한민국 농산물이나 제주 감귤, 겨울채소도 안정될 수도 있고요. 결국 쌀 소비 촉진은 제주 농산물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대휘> 농업 현장에 일손이 부족해 공공형 계절 근로자들을 많이 초대해서 일하고 있는데요.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인 보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윤재춘> 지난해 위미농협 감귤 농업인을 돕기 위해 41명의 베트남 인력이 들어왔고, 고산과 대정농협 역시 이 사업에 참여해 11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농촌일손을 도왔습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숙소입니다. 위미 같은 경우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환경 조성이 됐고, 고산과 대정도 펜션을 활용하고 있지만 고산은 시설이 상대적으로 빈약합니다. 이 제도를 정착하기 위해선 숙소 건립과 운영에 제주도와 정부의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이 제도는 농협과 계절근로자간 단기 근로계약입니다. 그래서 고용과 근무, 농가지원, 급여 지원을 모두 농협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경영이 어려운 조합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김대휘> 끝으로 조합원이나 농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전해주시죠.
◆윤재춘> 제주도만큼은 1차 산업이 제주 경제를 지탱하는 큰 버팀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고생해주신 농업인을 위해 농협도 열심히 필요한 사항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제주농업을 지키는 데 앞장서 주시고, 도민 여러분들도 제주 농산물 많이 이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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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박정섭 기자 pjs01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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