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말한다] 수확기 ‘굴 폐사’ 잇따라…‘망연자실’
[앵커]
본격적인 굴 수확기를 앞두고 국내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경남 남해안 일대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여름 고수온의 여파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낳고있는 건데,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형관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남 남해안의 한 굴 양식장.
바닷속 7m 길이 양식 줄을 끌어올리자 악취가 진동합니다.
["냄새나죠, 심하게? (썩은 내가 나네요)."]
바다에서 꺼낸 굴들은 대부분 속이 텅 빈 껍데기뿐.
간혹 보이는 알맹이는 성장이 멈춘 듯 작고 초라합니다.
어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허태삼/경남 고성군 하일면 : "내가 55년 동안 굴 양식을 해봐도 이런 해는 처음 봤어요. 도저히 어장을 할 의미도 없고 못 하겠어요. 할 수가 없어요."]
올여름 역대 최악의 고수온 피해가 덮친 남해안에선, 최근 굴 폐사까지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남 통영과 고성, 거제 등에서 신고된 피해는 1,130㏊가 넘습니다.
전체 양식 면적의 35% 수준으로 역대 가장 큰 피해 규모입니다.
유례없던 고수온이나 산소 부족 물 덩어리 현상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김우석/경남 고성 굴 양식협의회장 : "이럴 때 시료 채취를 해서 (원인) 조사를 해야 하는데, 행정에서 꿈쩍하지 않고 있어요."]
더 큰 문제는 내년입니다.
올해 봄 채묘한 굴이 집단 폐사하거나 성장이 부진한 탓에 수확량 감소가 우려됩니다.
생굴 처리 종사자들부터, 굴 양식 어민들까지 연쇄 피해가 예상됩니다.
[하갑이/경남 고성군 하일면 : "굴 가지고 다 생계유지하죠, 굴 (껍데기를) 까는 사람들도…. 지금 상태가 이러니까 막막한 심정입니다."]
집단 폐사로 망연자실한 굴 양식 어민들.
어민들은 폐사 원인과 피해 조사에 적극 나서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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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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