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은 뒷전인 채 ‘김건희’만 쫓는 국감[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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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의 꽃인 국정감사에 '국정'은 사라지고 오로지 '김건희'만 남았다.
국정감사 첫날, 10개 상임위원회에서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김건희'가 언급됐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처리해야 할 국정이 '김건희' 관련 문제밖에 없단 말인가.
제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국정은 실종되고 그야말로 김건희와 이재명 블랙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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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의 꽃인 국정감사에 ‘국정’은 사라지고 오로지 ‘김건희’만 남았다. 국정감사 첫날, 10개 상임위원회에서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김건희’가 언급됐다. 심지어 행정안전위원회의 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7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21그램’ 사무실을 찾아가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린 후 대답이 없자 “반드시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워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21그램은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했던 업체로, 용산 대통령 관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이게 국회의원이 할 일인가, 아니면 경찰이 할 일인가.
지금 대한민국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처리해야 할 국정이 ‘김건희’ 관련 문제밖에 없단 말인가. 이런 빌미를 제공한 김 여사도 문제지만,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살펴야 할 국정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김건희’만 쫓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여당 의원들의 입에선 1심 판결을 앞둔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떠나지 않는다. 제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국정은 실종되고 그야말로 김건희와 이재명 블랙홀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국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여전히 50%를 넘나든다. 북한의 도발은 계속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중동은 언제 확전될지 모른다. 핵전쟁의 위협 속에 시장은 출렁이고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는 삼성전자는 휘청거린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큰 국정 과제인 전기 공급의 안정성 확보도 불안한데, 원전가동률은 80% 아래로 떨어졌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은 해결될 기미도 없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데 국회는 오로지 ‘김건희’와 ‘이재명’만 붙들고 있다.
얼마 전, 민주화 운동에 생애를 바치고 말년엔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앞장섰던 재야 시민운동가 장기표 선생이 타계했다. 그는 권위주의 시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 당연한 의무라 여겼던 민주화 운동을 한 대가를 받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국가의 모든 보상을 거부한 진정한 애국자였다. 지금 민주화 유공자로 각종 보상과 혜택을 받는 사람의 대다수는 그 앞에서 민주화의 ‘민’자도 꺼내기 어려운 인사들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그가 왜 ‘전격적인 정치적 우향우’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한다. 그 쉬운 이유를 왜 모른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도덕성’이다.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매진한 그가 도덕성 없이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수 우파가 도덕적 정당성을 가진 것도 아니었기에 항상 거리를 두면서 정치인의 특권 폐지에 앞장섰던 것이다.
그가 자신의 담낭암 말기 판정 사실을 밝히며 SNS에 쓴 글이 ‘김건희’ 블랙홀로 미쳐 돌아가는 이 나라의 미래를 계시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앞으로 더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해 온다. 이를 극복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정치는 ‘무지의 광란’이라 불러 마땅할 팬덤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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